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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철거 앞둔 옛 청사 구석구석…후대를 위해 ‘찰칵’

등록 2014-05-27 19:03

완산경찰서에서 바라본 옛 도청사. 김동성
완산경찰서에서 바라본 옛 도청사. 김동성
[사진마을] 전북 생활사진가들의 ‘도청사 사진공모전’
전북의 생활사진가들이 옛 전북도청사(이하 옛 도청사) 기록에 나섰다. 예술기획연구소 ‘별의별’과 최명희문학관이 주최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전라북도 (구)청사 사진공모전’으로 연결된다. 전북뿐 아니라 전국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 100명이 소장품을 선물로 내놓았고 시민 1000명이 1만원씩 후원하여 만들어진다. 공모전에 올라온 사진들 중에서 100장을 선정하여 6월28일 옛 도청사 일대에서 사진전을 열고 시상 뒤 옛 도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상영과, 음악, 무용 등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판이 펼쳐질 예정이다. 주최 쪽은 2015년에 사진이 포함된 기록집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발송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공모전 마감은 6월14일까지. 옛날에 찍은 사진도 가능하다. 문의 gang-u@hanmail.net.

지난 10일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에 있는 옛 도청사를 찾았다. 도청사는 조선시대에 전라감영이 있던 곳이며 일제 강점기인 1921년에 지어져 이후 1951년 지하에 쌓아두었던 경찰 무기고의 로켓탄이 터지는 바람에 전소되기도 했다. 도청은 2006년에 완산구 효자동의 신청사로 이전했고 그 후 여러 단체가 입주해 있다가 이전 중이며 2014년 5월 현재 5개 단체가 남아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2013년, 옛 청사를 철거하고 전라감영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전북의 문화예술인들 400여명은 지난 4월 “옛 도청사는 일제 강점의 시대와 해방공간, 그리고 전주의 근대화를 한눈에 지켜본 역사의 현장이다. 전면 철거 계획을 당장 취소하고, 존치와 활용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송석기 군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옛 도청사 건물은 건물 자체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건축미를 표현하고 있거나 특정한 시대 또는 지역적 성격을 대표할 만한 양식적, 기술적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그 건축물 역시 6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건축물로서 20세기 중후반 전라북도 현대사의 주된 무대였고 그 기간 동안 전주시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전주시민의 일상생활과 그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화당을 포함한 전라감영 일부를 복원하는 것이 전주시를 상징하고, 전주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더 의미있다고 보는 입장에 대비하여 이미 사라진 과거의 건축물을 모사하여 다시 짓는 것보다는 그동안 시민들의 기억과 생활 속에 있어왔던 그 건물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고 의견을 밝혀왔다.

10일 옛 도청사에서 사진을 찍었던 임희정(37·교사)씨는 “라다크 속담 중에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지만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는 말이 있다. 외모보다는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막상 사진을 찍기 위해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물건도 오래되면 격이 생겨난다고 낡았지만 나름의 인격이 있는 나이든 사람처럼 건물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건축공학을 전공하는 이아름(21)씨는 “지금은 사람이 없어 쌩한 공간이지만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이 이용한다면 충분히 그 공간은 활력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건물 외관을 보니 식물과 건물이 공존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좋았다”고 말했다.

옛 도청사 본관 의회동 내부 복도. 임희정
옛 도청사 본관 의회동 내부 복도. 임희정

일제때 지었다 전소된 건물
조선 전라감영 복원 계획 따라
6월 초부터 해체 작업 돌입 예정

전주 근대사 간직한 역사 현장
“사라지기 전 기록이라도 남기자”
한달간 사진 공모 뒤 기록집 발간

1964년 베네치아(베니스)에서 기념물과 사적지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국제헌장이 채택되었는데 이를 ‘베니스 헌장’이라 부르고 전세계의 문화재 보존에 관한 기본 정신이 되었다. 베니스 헌장의 제9조는 “복원 과정은 고도의 전문적 작업이다. (중략) 원래의 재료와 출처가 분명한 문헌들을 중시하는 바탕 위에 둔다. 추측이 시작되는 순간 복원은 중지되어야 한다. (후략)”고 명시되어 있다.

전라감영 혹은 옛 도청사 문제와 관련해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안창모 교수에게 자문했다.

─문화재나 건축물의 복원에서 기본적인 원칙은 무엇인가?

“학계뿐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여러 의미로) 사용할 일반인들을 포함해 이 시대에 (복원이 필요한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각계 인사와 시민들도 참여하는 공청회를 충분히 열고 결정해야 진정성이 있는 복원이 된다. 복원을 하면서 원래의 것과 똑같이 될 수 없다면 문제다. 문화재라면 원모습으로의 복원을 위해서는 충분한 자료, 고증, 복원기술이 필수적이다.”

─다른 복원사업에서 잘못된 사례가 있나?

“(학계에선) 원주의 강원감영 복원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고증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확보된 예산을 써야 하니…. 시간싸움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어딘가의 감영을 복원하더라도 감영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으면 껍데기만 복원하는 모양새가 되기 쉽다. 감영이란 곳이 조선시대에 어떤 곳이었는지에 대해 접근하여야 한다. 자칫하면 관광자원으로 발굴해내듯 하니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복원한 곳을 보면 유원지 건물처럼 되는 경우도 많다.”

카메라를 들고 옛 도청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마치 한글의 ‘어’ 자나 ‘우’, ‘애’ 자를 닮은 선들이 이어지는 옛날식 문양의 유리와 바닥의 도기다시(돌 따위의 표면을 갈아서 광택·무늬 등을 내는 것을 이르는 일본어)가 눈에 들어와서 셔터를 눌렀다. 옛날 관청답게 층높이가 높아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그래서 묘한 향수가 풍겼고 사진가들이 찍으러 오는 이유를 알 만했다. 건물은 두꺼운 콘크리트 기초 위에 지어져서 대단히 튼튼해 보였고 아무런 냉방장치 없이도 시원했다. 길게 늘어진, 영화에서나 등장할 듯한 커튼이 이국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영화촬영의 공간으로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 마침 이날은 15회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일. 그동안 전주 일대에서 찍은 영화로서 대박이 난 것이 숱하다. 영화를 찍기 위해 이런 공간을 새로 짓는다면 수십억은 들 것 같다.

2013년 12월에 개봉되어 1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변호인>의 역사적 공간은 부산이다. 그런데 영화를 찍은 실제 공간은 충남도청 구청사 본관(등록문화재 18호)이다. 1932년 준공되어 2012년까지 도청으로 사용된 건물로 충남도와 대전시는 업무협약을 맺어 충남도청 옛 청사를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옛 충남도청사는 영화 <변호인>을 촬영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다만 사진은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다. 마침 변하고 있는 순간의 세상을.” 올해 91살의 매그넘 사진가 마르크 리부의 말이다. 옛 도청사 기록사업과 사진공모전을 담당하고 있는 별의별 대표 고은설씨는 “전라북도 (구)청사를 철거한다는 발표를 듣고 수소문을 해서 자료를 찾아봤다. 옛 청사에 관한 도면이나 자료들이 없다고 했다. 1951년 화재로 선화당을 비롯한 청사 건물이 전소되었다는 기록만 있을 뿐, 그 이후 얼마나 증축이 되었는지, 화재 이전의 흔적은 어디까지인지조차 기록을 담은 것이 없다고 했다”며 옛 도청사 기록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거가 진행되고 500억원을 들여 복원하든지 5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통해 재활용하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전북의 생활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변하고 있는 순간의 세상을 기록하여 후대에 남길 순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에 따르면 올해 6월 초에 철거가 시작된다고 한다. 마침 변하고 있는 순간의 세상을 지역의 생활사진가들이 찍고 있다. 사진은 기록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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