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는 2012년 2월 전북 전주시의회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시간제한 및 강제휴무 지정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정기휴업 안내문을 내건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주민참여예산제’로 세워질
불광천 앞 컨테이너 도서관
전주서 시작된 마트 영업제한
국가가 풀지 못하는 생활문제
조례로 제정 공동체 삶 개선
불광천 앞 컨테이너 도서관
전주서 시작된 마트 영업제한
국가가 풀지 못하는 생활문제
조례로 제정 공동체 삶 개선
서울 은평구 녹번동 산1~55 일대엔 이달 말까지 장미동산이 조성된다. 갈곡리 어린이 공원엔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과 체육시설이 설치되고, 밤에 걷기가 꺼려졌던 구산동 산책로에는 보안등이 설치된다. 갈현동에서는 연말까지 ‘아트마켓’이 펼쳐져 재미있는 난장과 예술인들의 작품 경매가 이뤄진다. 불광천 앞에는 컨테이너를 활용한 작은 도서관이 세워진다.
모두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들로,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선정됐다. 지난해 지역회의, 참여예산학교, 참여예산 이야기 한마당, 분과별 회의, 주민총회 등의 차례로 진행된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제엔 2만명이 넘는 주민이 참여했다. 주민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끈 씨앗은 조례였다.
서울 자치구는 올해 들어 잇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 제한을 두 시간씩 늘렸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다. 자치단체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일요일 등 영업 제한에 나선 시발점은 전북 전주시의회가 만든 조례였다.
친환경 급식 지원 조례 등 자치단체의 학교급식 지원 조례는 아이들의 식탁을 바꿨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73%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4년 만에 3배가 늘어난 것으로, 초등학교의 94.1%, 중학교의 76.3%, 고등학교의 13.3%가 아이들의 급식을 무상으로 실시한다. 울산 북구에선 지난해 ‘친환경 무상급식 방사능 안전 식재료 사용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방사능에서 안전한 아이들의 식탁을 준비하고 있다.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천시와 제주도를 뺀 14개 광역자치단체와 천안, 목포, 원주, 수원, 광명, 고양, 성남 등 49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인권기본조례가 제정됐다. 서울시와 광주시 정도에서만 조례 제정에 따른 의미 있는 후속조처가 이행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인권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진 결과다.
수원시에선 조례를 통해 문을 연 주민배심 법정을 통해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이나 재개발 지정 취소 등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다뤘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이 해법을 찾아가는 선례가 되고 있다.
광주시는 2012년 조례를 제정해 일제강점기에 일본 군수공장에 강제동원돼 일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조례는 주민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조례는 국가가 풀어 주지 못하는 주민들의 생활 문제나 지역 현안을 풀어가는 중요 수단이다. 지방 분권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지방의회는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를 더 담아내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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