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49일째인 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하늘공원에서 희생자들의 49재 추도제가 열려 유가족들이 영정에 절하고 있다. 안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희생자 63명 49재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은은한 목탁 소리는 유난히 구슬펐다. 법당 안 가만히 앉은 이들의 뺨에서는 굵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젯상 앞에서 행여 울음소리가 터져 나올까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흐느낌까지는 막아 낼 수 없었다.
3일 오전 9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 지장사. 법당에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15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였다. 희생자들이 다음 세상에서 좋은 곳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49재’가 열린 것이다.
아이들이 정확히 언제 숨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부모들은 그나마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침몰사고가 난 4월16일부터 49일째인 이날 이런 의식을 마련했다.
법당 오른쪽에 놓인 종이가방에는 옷과 신발, 인형 등이 담겨 있었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었지만, 부모들은 자식을 대하듯 애처롭게 바라봤다. 숨진 단원고 2학년 이아무개(16)양이 좋아했던 황색 곰인형도 자신을 아껴줬던 주인의 영정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었다. 젯상 위에는 떡 대신 아이들이 좋아했던 과자가 쌓였다. 불교에서는 보통 49재를 지낸 직후 숨진 사람의 유품을 정리한다.
안산 지장사·화성 납골당 등서
실종자 배려해 개별적으로 치러
제상엔 떡 대신 과자 올리고
“딸 좋아한 치킨 놔주세요” 간청도 비구니들이 어린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바라춤과 나비춤을 췄다. 이승을 영영 떠나기 전 신나게 놀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법당 밖에서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한 남학생이 굵은 빗방울 사이로 친구들의 마지막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물을 훔쳤다. 연신 어깨를 들먹이며 아이의 이름을 숨죽여 부르는 한 어머니에게 다가간 남편은 말했다. “우리는 그래도 나은 거야. 아직 못 나오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봐…”라고. “우리는 살며 많은 아픔이 있지만 계속 가지고 살 수는 없어요. 여러분이 갖고 있는 마음의 고통을 내려놔야 아이들도 마음의 고통을 내려 두고 좋은 세상으로 떠날 수가 있어요.” 지장사 주지인 승현 큰스님이 숨진 학생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몇몇 부모들은 자식의 영정에 술잔을 올리다가 끝내 오열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서도 단원고 교사와 학생 등 11명의 넋을 기리는 같은 의식이 치러졌다. 한 아버지는 불교의 금기인 치킨을 들고 가 “생전에 딸이 좋아하던 것입니다. 제단에 한 번만 올려주세요”라며 스님에게 간청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고 한 유가족은 전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63명의 49재는 모두 개별적으로 열렸다. 아직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49재를 치른 유가족들은 실종자들이 빨리 부모 품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기원과 묵념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이후 수색작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학생 7명과 교사 3명, 일반인 6명 등 16명의 실종자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기자 cooly@hani.co.kr
실종자 배려해 개별적으로 치러
제상엔 떡 대신 과자 올리고
“딸 좋아한 치킨 놔주세요” 간청도 비구니들이 어린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바라춤과 나비춤을 췄다. 이승을 영영 떠나기 전 신나게 놀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법당 밖에서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한 남학생이 굵은 빗방울 사이로 친구들의 마지막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물을 훔쳤다. 연신 어깨를 들먹이며 아이의 이름을 숨죽여 부르는 한 어머니에게 다가간 남편은 말했다. “우리는 그래도 나은 거야. 아직 못 나오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봐…”라고. “우리는 살며 많은 아픔이 있지만 계속 가지고 살 수는 없어요. 여러분이 갖고 있는 마음의 고통을 내려놔야 아이들도 마음의 고통을 내려 두고 좋은 세상으로 떠날 수가 있어요.” 지장사 주지인 승현 큰스님이 숨진 학생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몇몇 부모들은 자식의 영정에 술잔을 올리다가 끝내 오열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서도 단원고 교사와 학생 등 11명의 넋을 기리는 같은 의식이 치러졌다. 한 아버지는 불교의 금기인 치킨을 들고 가 “생전에 딸이 좋아하던 것입니다. 제단에 한 번만 올려주세요”라며 스님에게 간청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고 한 유가족은 전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63명의 49재는 모두 개별적으로 열렸다. 아직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49재를 치른 유가족들은 실종자들이 빨리 부모 품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기원과 묵념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이후 수색작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학생 7명과 교사 3명, 일반인 6명 등 16명의 실종자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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