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여중에서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조성된 논에서 모내기를 하며 생태적 삶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의정부/박경만 기자
의정부여중 교내에 전국 첫 벼논
텃밭 만들어 상추·토마토 등 수확
직접 김치 담가 이웃들에 전달도
“생태교육 더해 함께사는 삶 배워”
텃밭 만들어 상추·토마토 등 수확
직접 김치 담가 이웃들에 전달도
“생태교육 더해 함께사는 삶 배워”
“모가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세번째 손가락과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큼 꾹 눌러주세요.”
망종이 나흘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여중의 널따란 운동장 가장자리에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소녀들이 재잘거리며 모내기(벼심기)에 나섰다. 60년 전 학교가 들어서기 이전에 논이었던 곳에, 학교는 올해 전국 최초로 300여㎡ 크기의 논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햇살촌’이란 이름의 무논에서 어렵게 균형을 잡으며 못줄에 맞춰 한 땀 한 땀 모를 심었다.
3학년 3반 홍민정(15)양은 “친구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신기하고 재밌다. 값진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모내기로 시작된 벼농사는 3학년 9개 반(219명)의 기술가정 수업 시간을 통해 가을걷이까지 계속된다. 다음주 수업 땐 벼논에 우렁이와 미꾸라지를 넣을 예정이다.
벼논 옆 운동장 한편에 조성된 생태텃밭 ‘한들’에서는 전교생이 100여개 모둠별로 가꾸는 상추와 토마토, 가지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운동장(1만1175㎡)이 넓어 논과 텃밭을 만들고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
2012년부터 가꿔온 500여㎡ 크기의 텃밭은 아이들의 현장 생태교육장이다. 지난주에는 전교생이 텃밭 채소를 따서 비빔밥을 해먹었다. 2학기에는 배추와 무를 심어 김장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지역 독거노인과 저소득가정, 장애인 시설에 전달했다.
2011년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로 지정된 의정부여중은 ‘생태’를 주제로 2학년 교과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텃밭 가꾸기 활동을 모둠별 생태일기로 쓰고, 영어·미술 시간에는 텃밭 영어그림책을 만든다. 음악시간엔 환경 관련 노래를 배우고, 이 모든 과정은 수행평가에 반영된다. 아이들은 쌀의 중요성에서부터 논의 생태적 의미, 유기농·친환경농법에 대한 이해, 자연과 공생하는 법, 생명과 생태적 삶이 왜 중요한지를 체계적으로 배운다.
손민아 교사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햇볕에 그을리거나 벌레를 보는 걸 싫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텃밭에 물을 주며 꽃처럼 예쁘게 채소를 가꾸고 있다.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서 아이들의 정서·인성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출신인 이충익 교장은 “생태교육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중요성을 배우고, 한 해 동안 땀 흘려 키운 농작물을 이웃과 나누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배운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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