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육군 9사단 장병들과 공무원, 농협 직원,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에서 발생한 용오름 피해 화훼농가에서 긴급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 l 쑥대밭 된 고양 장미농가
대형 비닐하우스 10여동 와르르
출하 기다리던 장미꽃 말라죽어
대부분 재해보험 안든 영세농민
정부 “피해조사뒤 지원여부 논의”
대형 비닐하우스 10여동 와르르
출하 기다리던 장미꽃 말라죽어
대부분 재해보험 안든 영세농민
정부 “피해조사뒤 지원여부 논의”
“태풍은 예보라도 있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덮치고 지나갔어요. 1분 전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 장미화훼단지에서 만난 농민 정수영(59)씨는 지난 10일 저녁 7시20분께 화훼단지를 강타한 ‘용오름’(회오리바람)을 회상하며, “한 시간만 빨랐어도 큰 인명피해가 났을 텐데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씨를 비롯해 농민 수십명은 용오름 발생 30분 전에 일을 마치고 농장을 떠나 화를 면했다.
용오름이 휩쓸고 간 지 일주일째인 이날 구산동 화훼단지는 대형 비닐하우스 10여동이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있었다. 태풍에도 버텼던 가로 40m, 세로 97m, 4천㎡ 크기의 비닐하우스다. 기둥 구실을 해온 어린이 팔뚝 굵기의 쇠파이프는 바람에 날려 논두렁에 처박히거나 엿가락처럼 휘었다. 출하를 기다리던 장미꽃도 말라 죽어가고 있다.
용오름은 불과 10여분 동안 휩쓸고 갔지만, 1t 무게의 컨테이너와 경운기를 날릴 만큼 파괴력이 컸다. 군인 130명과 고양시 공무원, 농협 직원 등이 200여명이 일주일째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시설물 철거 작업은 시작도 못했다. 화훼·채소농가 11곳의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1만㎡가 초토화돼 수십억원의 피해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4~5년 전부터 자유로변에 자리잡은 장미농가들은 가구당 4억~5억원을 들여 빌린 땅에 4천~8천㎡의 대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화훼농사를 해왔다. 농민 이화선씨는 “3일 전 3천만원을 들여 비닐 교체작업을 마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재난에 대비한 농업재해보험은 영세 농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가입 농가도 완전 보상이 안 돼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재해보험에 가입한 장말례(49)씨는 “3년 전 태풍 피해를 입은 뒤부터 연간 120만원씩 재해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실제 복구비용에 견줘 보상금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종현 고양시 농업정책과장은 “워낙 국지적으로 발생한데다 희귀한 자연재해라 보상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부가 재해지역으로 지정해야 이를 근거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에는 강풍의 경우 3억원 이상의 시설 피해를 입거나, 피해 면적이 50㏊ 이상일 때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우박 피해와 같이 조사가 끝난 뒤 복구 지원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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