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던 김홍남군네 아홉 식구가 주민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사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40㎡ 오밀조밀 살던 홍남이네
지적장애로 이웃 따돌림 고통
시 도움으로 64㎡ 임대주택 이사
지적장애로 이웃 따돌림 고통
시 도움으로 64㎡ 임대주택 이사
아홉 식구가 10년 넘게 살던 살림살이는 1t 트럭을 다 채우지 못했다. 작은 책장 1개, 세탁기와 전기밥솥, 밥그릇·숟가락·젓가락 각 9개, 옷가지 등을 담은 자잘한 상자가 이삿짐의 전부다.
경기도 의정부시 40㎡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을 맞대며 살았던 홍남(16)이네 가족은 24일 꿈에 그리던 새집으로 이사했다. 방 3개와 거실이 딸린 64㎡ 크기의 가능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다세대 매입임대주택이다. 홍남군은 “집이 넓어서 방에서 잘 수 있고 누나들과 뛰어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7남매 중 막내인 홍남군은 그동안 베란다에서 잤다.
“애 아빠가 아이 욕심이 많아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래요.” 22살에 결혼해 3남4녀를 둔 엄마 김영란(49)씨는 ‘자녀가 많다’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김씨와 홍남이를 비롯해 대부분이 지적장애를 가진 이 가족은 여러 해 동안 층간소음 문제 등으로 이웃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살았다고 한다. 가장인 김정렬(58)씨는 손가락질하는 이웃과 다툼을 벌이다 상습폭력 혐의로 3년5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홍남이네 가족이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기까지는 김정미 의정부시 자활지원팀장과 박범서 장암동 주민자치위원장의 꾸준한 보살핌과 도움이 있었다. 2011년 홍남이네가 살던 동네의 주민센터 사무장으로 발령받은 김 팀장은 ‘홍남이네를 옮겨 달라’는 집단민원이 1년 이상 계속돼온 것을 보고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옮겨주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가 수감돼 임대주택을 받을 수 없게 된데다, 세대주를 어머니로 바꾸려면 살던 집에서 당장 나가야 했다. 시 사회복지과로 옮긴 김 팀장은 토지주택공사를 드나들며 간청한 끝에 간신히 보증금 650만원짜리 임대주택 입주권을 얻어냈다. 부족한 돈 350만원은 박씨가 보탰다.
3년에 걸친 ‘홍남이네 이사 프로젝트’는 마지막 걸림돌을 남겨두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보증금 250만원 가운데 원상복구비로 200만원을 공제하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홍남이네 집은 한 방송사의 집 고쳐주기 프로그램 대상에 선정돼 비좁은 안방을 복층으로 나눠 사용해왔다. 김 팀장은 “가난해도 옹기종기 사는 착한 사람들인데 지적장애인이란 이유로 내몰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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