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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베란다서 안 자도 돼요” 의정부 아홉식구 이사가던 날

등록 2014-06-24 21:54

경기도 의정부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던 김홍남군네 아홉 식구가 주민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사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던 김홍남군네 아홉 식구가 주민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사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40㎡ 오밀조밀 살던 홍남이네
지적장애로 이웃 따돌림 고통
시 도움으로 64㎡ 임대주택 이사
아홉 식구가 10년 넘게 살던 살림살이는 1t 트럭을 다 채우지 못했다. 작은 책장 1개, 세탁기와 전기밥솥, 밥그릇·숟가락·젓가락 각 9개, 옷가지 등을 담은 자잘한 상자가 이삿짐의 전부다.

경기도 의정부시 40㎡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을 맞대며 살았던 홍남(16)이네 가족은 24일 꿈에 그리던 새집으로 이사했다. 방 3개와 거실이 딸린 64㎡ 크기의 가능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다세대 매입임대주택이다. 홍남군은 “집이 넓어서 방에서 잘 수 있고 누나들과 뛰어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7남매 중 막내인 홍남군은 그동안 베란다에서 잤다.

“애 아빠가 아이 욕심이 많아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래요.” 22살에 결혼해 3남4녀를 둔 엄마 김영란(49)씨는 ‘자녀가 많다’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김씨와 홍남이를 비롯해 대부분이 지적장애를 가진 이 가족은 여러 해 동안 층간소음 문제 등으로 이웃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살았다고 한다. 가장인 김정렬(58)씨는 손가락질하는 이웃과 다툼을 벌이다 상습폭력 혐의로 3년5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홍남이네 가족이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기까지는 김정미 의정부시 자활지원팀장과 박범서 장암동 주민자치위원장의 꾸준한 보살핌과 도움이 있었다. 2011년 홍남이네가 살던 동네의 주민센터 사무장으로 발령받은 김 팀장은 ‘홍남이네를 옮겨 달라’는 집단민원이 1년 이상 계속돼온 것을 보고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옮겨주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가 수감돼 임대주택을 받을 수 없게 된데다, 세대주를 어머니로 바꾸려면 살던 집에서 당장 나가야 했다. 시 사회복지과로 옮긴 김 팀장은 토지주택공사를 드나들며 간청한 끝에 간신히 보증금 650만원짜리 임대주택 입주권을 얻어냈다. 부족한 돈 350만원은 박씨가 보탰다.

3년에 걸친 ‘홍남이네 이사 프로젝트’는 마지막 걸림돌을 남겨두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보증금 250만원 가운데 원상복구비로 200만원을 공제하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홍남이네 집은 한 방송사의 집 고쳐주기 프로그램 대상에 선정돼 비좁은 안방을 복층으로 나눠 사용해왔다. 김 팀장은 “가난해도 옹기종기 사는 착한 사람들인데 지적장애인이란 이유로 내몰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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