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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소리 너무 좋아 정선아리랑에 청춘 바쳤어요”

등록 2014-07-10 20:38

아리랑 지킴이 진용선(왼쪽) 강원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이 2005년 중국 길림성 왕청현 길상촌에서 조선족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아리랑을 녹음하며 기록하고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 제공
아리랑 지킴이 진용선(왼쪽) 강원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이 2005년 중국 길림성 왕청현 길상촌에서 조선족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아리랑을 녹음하며 기록하고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 제공
[사람과 풍경] ‘정선아리랑 가사사전’ 낸 진용선씨
20여년 발굴 외길…한·중 발품 5503수 기록
‘아리랑 사전’이 나왔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최근 내놓은 <정선아리랑 가사사전>이다. 사전은 진용선(52·사진) 강원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의 땀과 열정의 결실이다. 진 소장은 1991년부터 2013년까지 정선지역과 아리랑 흔적이 남아 있는 중국 동북 3성 조선족 마을 등에서 조사한 정선아리랑 가사 2만3000여수 가운데 중복된 가사를 뺀 4993수와 나라 안팎의 문헌과 음반 속 가사 등 5503수를 사전에 담았다. 토속단어·사투리·특수어 등도 해설과 함께 담았으며, 노래를 부른 이의 이름과 주소, 채록일까지 실렸다.

“소리가 너무 좋아, 정선아리랑에 청춘을 다 바쳤습니다.” 진 소장의 인생은 아리랑 인생이다. 2012년 12월,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을 때 이재열 정선군청 아리랑담당은 “진 소장이 발품과 청춘을 팔아 마련한 정선아리랑 연구자료가 바탕이 됐다”고 했다.

정선 출신인 진 소장은 한때 유능한 통·번역사이면서 유명 어학 강사였다. 또래 대기업 직원보다 5배 이상을 벌기도 했다. 한 독일인에게 아리랑을 번역해준 것이 그를 정선아리랑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

“아리랑 가사 속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대목을 번역해줬더니, 그가 ‘갑자기 왜 발병이 나지요’라고 반문하더군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죠. 그때 누군가는 아리랑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길로 진 소장은 고향 정선으로 내려왔다. 26살 때였다.

집안에서는 애를 태웠지만 그는 틈만 나면 녹음기와 수첩을 챙겨 9개 읍·면 곳곳을 누비며 만난 이들의 이름을 적고, 소리를 녹음하고 가사를 기록하는 데 몰두했다. <정선아리랑 찾아가세>, <정선아리랑-강원학 총서>, <정선아리랑 가사집> 등이 이런 식으로 쓰여진 책들이다. 20여년 아리랑 가락과 함께 살아온 그는 지금까지 아리랑 관련 책 54권을 펴냈다. 2009년엔 국가기록원에서 기록관리 유공으로 대한민국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그가 아리랑 지킴이로 나서면서 정선아리랑은 진도·밀양아리랑과 함께 3대 아리랑으로 자리잡았으며,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부창부수’, 말 그대로 아내 배경숙(52)씨도 자료 조사에서 출판까지 진 소장과 함께하는 아리랑 부부가 됐다.

진 소장은 “아리랑에는 우리 민족의 삶의 애환과 사랑,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인 동시에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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