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저녁 부산 기장군 정관면과 부산 시내를 오가는 1008번 급행 좌석버스에 퇴근길 시민들이 줄을 서서 올라타고 있다.
시, 예산·민원 핑계로 문제 외면
도시고속도로서 20~30명 입석 운행
1008번 버스 현행 노선 유지 결정
도시고속도로서 20~30명 입석 운행
1008번 버스 현행 노선 유지 결정
부산시가 출퇴근 시간 입석 승객을 가득 태우고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시내버스의 안전문제(<한겨레> 5월8일치 14면)에 뒷짐만 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 원자력의학원에서 정관신도시를 거쳐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까지 33㎞가량의 노선을 오가는 시내버스인 1008번 급행 좌석버스는 금정구 회동교차로~구서나들목까지 자동차전용도로인 도시고속도로 2.3㎞ 구간을 지나간다.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의 모든 승객에게 반드시 안전띠를 매도록 정하고 있다. 당연히 입석 승객은 태울 수 없다. 하지만 1008번 버스는 평일 출퇴근 시간에 40명의 승차정원을 넘겨 20~30여명의 입석 승객까지 태워 운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17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시가 예산과 민원을 핑계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도로 위의 세월호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도 “시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속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시가 버스 증차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난달 24일 교통개선 실무위원회 노선조정 회의를 열어 1008번 버스의 현행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1008번 버스 노선을 기장군 원자력의학원~월평삼거리~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으로 노선을 변경하려고 했지만 기장군 정관면 주민과 일부 실무위원들이 반대해 현행 노선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노선 변경이 힘들다면 증차를 고려해야 하지만, 시는 “예산 문제, 출퇴근 시간에만 승객이 몰리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증차는 어렵다”며 버스 증차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버스 운행업체인 ㅅ교통 관계자는 “대형 사고 우려도 커 부담된다. 노선이 변경될 것으로 알고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지 않는 구간으로 노선 개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실망이다. 증차를 하고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을 좀더 촘촘하게 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부산시를 비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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