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갤러리 한’에서 열리고 있는 시각장애인 미술작품 전시회에서 비장애인 관람객들이 장애인 작가들과 함께 소통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1일까지 일산 ‘갤러리 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한양문고 안에 자리한 ‘갤러리 한’에서 지난 15일 특별한 전시회가 시작됐다. ‘심퍼니’(心FUNNY)란 이름이 붙은 시각장애인들의 미술작품 전시회다. 갤러리 벽에는 종이나 실, 점토 등을 이용해 만든 꽃과 나무, 사람 등 70여점의 소박한 작품이 걸렸다.
개장 첫날인 15일 오후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위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시각장애인 작가들과 관람객 20여명은 눈을 감은 채 손을 잡고 무용동작심리치료사의 북소리에 맞춰 원을 그리며 돌았다. 관람객들은 맨발로 바닥에 놓인 말랑말랑한 점토와 바스락거리는 비닐·종이, 푹신한 스티로폼 등을 밟으며 감촉을 느끼려 애썼다.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소망복지원에서 20년 이상 거주해온 시각장애인 20여명이다. 대부분 자폐증, 지적장애 등 2~3가지 복합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보호자가 없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마음으로 그리는 세상’이란 심리상담센터의 미술교실을 통해 미술을 배웠고, 오감을 자극해 만든 독창적인 첫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작품 15개를 출품한 김영순(54)씨는 “처음 해본 것이라 어색하고 서툴렀으나 하나씩 완성해가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미술을 이용한 심리상담치료와 작품 전시를 주관한 예술문화 공익기부단체인 ‘구디버디’의 길은영 대표는 “처음엔 일방적으로 도와준다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내면에 간직된 세상에 대해 알게 됐고, 서로 치유 받는 경험을 나누게 됐다. 작가들의 지적 능력에 편차가 커 작품을 만든 사연과 과정에 대한 설명이 많은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무료로 갤러리를 내준 김재덕 관장은 “작품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21일 오후 1시까지 열린다. (031)913-2400.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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