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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보장 한다더니…서울시 수도검침 노동자 집단해고 위기

등록 2014-07-21 15:42

신규 위탁업체, 고용 승계 조항 ‘나 몰라라’…66명 해고될 판
서울시 ‘고용 승계 보장’ 약속 휴지조각…200여명 농성 돌입
서울시의 수도계량기를 교체하고 검침하는 노동자 66명이 집단 해고될 처지에 몰렸다. 올해 7월 새로 지정된 위탁업체들이 고용 승계 조처를 이행하지 않아서다. 서울시가 약속한 ‘고용 승계 보장’ 조항은 휴지조각이 됐다.

서울시의 수도 검침과 교체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 200여명은 21일 “서울시는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불합리한 근로계약을 개선하라”며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1층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수도 검침·교체 노동자들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3월20일 합의한 고용승계 보장이 이뤄지도록 실질적인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수도 검침·교체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은 지난 3월20일 ‘1년 단기용역 기간 및 직고용 전환 때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용역계약서의 용역계약특수조건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한다는 조항을 명시한다’ 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수도 검침·교체 종사원들에 대한 직접 고용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는 위탁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 승계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이후 위탁업체들을 교체하면서 올해 7월부터 내년 7월까지 1년 동안의 단기용역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위탁업체들은 이런 합의 내용을 ‘나 몰라라’하면서 되레 고용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위탁업체들은 ‘고용 승계 보장은 강제조항이 아니다’라며 이행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수도 검침·교체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는 380여명으로, 이 가운데 240명 가량의 노동자가 올해 초 만들어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에 가입했다. 이들은 상수도사업본부의 8개 사업소 일을 대행하는 15개 위탁업체에 소속돼 일하고 있는데,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노동자들도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어야 할 상황이다. 이 가운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거나 해고될 처지에 놓인 사람이 66명에 이른다.

지난 18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위탁업체들에 보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점검원의 고용이 승계되도록 조처하라’는 긴급공문도 묵살됐다. 서울시가 다짐한 ‘고용 승계 보장’ 약속을 위탁업체들이 정면으로 어기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의 지침이 현장에서 무시되면서‘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지도 감독’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경지부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이런 조항을 명시하지 않아 이러한 사태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수도 검침·교체 노동자들은 “위탁업체들은 오늘(21일)까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면서 독소조항이 포함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한 위탁업체가 제시한 근로계약조건에는 계약해지 사유로 ‘기타 용역업무 수행에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위탁업체가 언제든지 조합원들을 자의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또 위탁업체가 ‘근로계약은 귀사와 본인간에 개별적으로 체결되었음을 인정한다’는 문구가 담긴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등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각 사업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위탁업체의 횡포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서사업소 위탁업체서 일하는 한 조합원은 “여성 검침원에 대한 성희롱이 이뤄져도 부당한 처우를 받을까봐 참아 왔다”고 말했다. 한 위탁업체에선 수도계량기 교체비를 깎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검침·교체 조합원들은 그동안 중대한 과실이나 비리가 없어도 계약해지 통보를 받는 등 불평등한 근로계약을 감수해왔다. 위탁업체에 의한 ‘뒷돈 채용 의혹’도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서비스지부의 김세현 조직차장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 부당한 계약서를 강요하거나 고용승계를 이행하지 않는 위탁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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