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위탁업체 지정계약때
승계조항 명시 안해 화근
위탁업체들 해고압박 잇따라
200여명 상수도본부서 농성
승계조항 명시 안해 화근
위탁업체들 해고압박 잇따라
200여명 상수도본부서 농성
서울시의 수도계량기를 교체하고 검침하는 노동자 66명이 무더기로 해고될 처지에 몰렸다. 이달 새로 지정된 위탁업체들이 고용승계 조처를 이행하지 않아서다. 서울시가 약속한 ‘고용승계 보장’ 조항은 종잇조각이 됐다.
서울시의 수도 검침·교체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 200여명은 21일 “서울시는 지난 3월20일 합의한 고용승계 보장이 이뤄지도록 실질적인 조처에 나서라”며 서대문구에 있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1층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수도 검침·교체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은 당시 ‘1년 단기용역 기간 및 직고용 전환 때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용역계약서의 용역계약 특수조건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한다는 조항을 명시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상수도사업본부와 1년간의 계약을 맺은 대부분의 위탁업체들은 이런 합의 내용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위탁업체들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이 승계되도록 조처하라’는 긴급공문을 보냈지만, 이 또한 통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서울시가 위탁업체와 계약하면서 이 조항을 명시하지 않아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서울시의 수도 검침·교체 노동자는 380여명으로, 240명가량이 올해 초 만들어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에 가입했다. 이 가운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거나 해고될 처지에 놓인 사람이 66명에 이른다.
수도 검침·교체 노동자들은 “몇몇 위탁업체들은 오늘(21일)까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면서 독소조항이 포함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위탁업체는 계약 해지 사유로 ‘기타 용역업무 수행에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을 담았는데, 이는 조합원들을 자의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조합원들은 위탁업체가 ‘근로계약은 귀사와 본인 간에 개별적으로 체결되었음을 인정한다’고 서약할 것을 요구하는 등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경지부의 김세현 조직차장은 “서울시가 부당한 근로계약서를 강요하거나 고용승계를 이행하지 않는 위탁업체와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탁업체들은 “고용승계 문제에 서울시가 무리하게 관여해선 안 된다”며 68살 이상 고령자 등은 고용을 승계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