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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은 비탈진 고지대 주민들의 발입니다”

등록 2014-08-03 20:27수정 2014-08-04 14:33

지난달 30일 부산 중구 산복도로 마을 주민들이 모노레일을 이용하고 있다. 부산 중구는 지난 6월20일부터 산복도로인 영주로와 망양로를 잇는 골목 계단길에 길이 70m의 8인승 모노레일을 설치해 운행하고 있다. 부산 중구 제공
지난달 30일 부산 중구 산복도로 마을 주민들이 모노레일을 이용하고 있다. 부산 중구는 지난 6월20일부터 산복도로인 영주로와 망양로를 잇는 골목 계단길에 길이 70m의 8인승 모노레일을 설치해 운행하고 있다. 부산 중구 제공
[지역 쏙] 주민 복지용 모노레일

모노레일은 선로가 한 가닥인 철도다. 애초 우리나라엔 관광용으로 도입됐으나 최근에는 비탈이 많은 지역의 교통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무릎이 약해진 노인들에게 가파른 계단은 이동장벽이기 때문이다. 부산 중구 영주동 산복도로 마을, 강원 정선군 고한읍 등 이동 복지용 모노레일 현장을 살펴봤다.
지난달 30일 부산 중구 영주동 부산디지털고등학교 버스정류장 앞. 산복도로인 망양로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있고, 바로 오른쪽에는 모노레일 승강장이 보였다. 섭씨 30도가 넘는 한낮의 뙤약볕 아래에서 노인 4명이 승강장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가로 2.2m, 세로 1.38m, 높이 1.9m 크기의 주황색 상자형 모노레일이 선로를 타고 내려와 승강장에 멈췄다. 출입문이 열리자 노인들은 모노레일에 올라탔다. 관리업체 안전요원이 승객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노레일 안에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퍼져나왔다. 출입문 옆엔 승강기에서 볼 수 있는 조작 단추가 있었다. 올라가는 단추를 누르자 알림음과 함께 “출발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문이 닫힌 모노레일은 경사도 18%인 경사면의 선로를 따라 위쪽 망양로에 있는 승강장까지 70m를 1분여 만에 올라갔다.

위쪽 승강장의 그늘에서 쉬고 있던 주민 이순이(81·여·부산 중구 영주2동)씨는 “원래 이 길은 가파른 계단길이었어. 시장이나 병원까지 가려면 이 길이 가장 빠르고, 다른 길은 멀리 돌아가야 해. 젊었을 땐 괜찮았는데, 지금은 걸어서 가려면 힘들지.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이번에 모노레일이 생겨서 오가기가 편해졌어. 이렇게 후덥지근한 날엔 더 마음에 들고”라며 웃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주민들이 모노레일을 타고 있다. 정선군은 2009년 10월1일부터 비탈진 계단을 이용하기 힘든 고한읍 주민들을 위해 모노레일을 운행하고 있다.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제공
강원 정선군 고한읍 주민들이 모노레일을 타고 있다. 정선군은 2009년 10월1일부터 비탈진 계단을 이용하기 힘든 고한읍 주민들을 위해 모노레일을 운행하고 있다.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제공

■ 수십년 고단했던 다리의 피로를 덜다 산복도로 마을인 영주2동은 해발 165m의 보수산 중턱에 있어 부산항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고지대이다. 산복도로는 산의 중턱을 가로지르는 도로다. 산복도로 마을에는 일제강점기, 8·15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 등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부산 사람들의 삶이 짙게 묻어난다.

주민들은 경사지에 지은 계단식 집에서 살고 있다. 가파른 골목 계단길은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부산의 다른 산복마을과 비슷하게 이곳도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만들어졌다. 60년대엔 농촌을 떠나온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갔고, 지금은 서민들과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골목골목 가파른 계단은 무릎 약해진 노인들에겐 힘겨운 이동장벽이다.

주민 이용택(76)씨는 “지금도 부산항에 배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젊을 적엔 배가 들어오면 계단길을 단박에 내려가 배에 실린 화물을 날라주고 품삯을 받아 살기도 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이 계단길을 걸어다니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중구는 지난 6월 영주로와 망양로를 잇는 골목길에 길이 70m의 8인승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오롯이 산복도로 마을 주민들의 이동 복지를 위한 것으로 누구나 무료로 탈 수 있다.

중구는 모노레일 설치에 4억7100만원, 계단길 정비에 7억5000만원을 들였다. 전문업체와 계약해 매일 새벽 모노레일의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고에 대비해 1인당 2억원, 사고당 5억원의 사고배상 책임보험도 가입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운행되는 모노레일의 이용자 수는 하루 평균 600여명이다. 중구는 영주2동의 65살 이상 인구수가 지난 6월 기준 1829명인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하루 평균 1000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영록 중구 도시재생과 마을재생계장은 “내년에는 부산 최초의 근대학교인 개성학교(현 개성고)를 설립한 박기종 선생 기념관을 모노레일 근처에 마련하는 등 모노레일을 기반으로 해 도시재생 사업에도 힘쓸 계획이다. 해방과 한국전쟁 등 현대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의 이야기를 묶어내는 작업도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중구, 영주로서 산복도로까지
가파른 계단길 70m 1분만에 올라
고지대 주민 하루 600명 무료 이용

정선군, 2009년 주민용 국내 첫선
고한읍 시장서 아파트 지역까지
하루 300명 이동…전통시장도 활기

전국 복지용 2개지만 늘어날 전망
부산시, 14개 계단길에 설치 계획
“산복도로 도시재생사업 기반시설”

■ 강원 정선군의 국내 첫 교통수단 모노레일 강원 정선군은 2009년 10월1일부터 주민들의 이동 복지용 모노레일을 설치해 운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노레일이 관광용이 아닌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된 첫 사례이다.

모노레일은 정선군 고한읍 전통시장에서 아파트 밀집지역인 고한8리의 주공아파트까지 206m를 3분30초 만에 운행한다. 운행시간은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다. 무료로 운영되며 12인승이다. 승강기 사용법과 비슷해 주민 스스로 작동시킨다.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직원 3명이 승강장에 근무하며 안전관리를 한다.

정선군 시설관리공단은 하루 평균 300여명이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선군이 모노레일을 설치한 이유는 위쪽의 아파트단지와 아래쪽 고한 전통시장 사이 도로 경사도가 16%가량으로 주민들이 비탈진 계단길을 이용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경사 12~14%가량은 도시 생활에 무리가 없고 경사 27%는 주택 건설의 한계로 여겨진다. 비탈이 심하면 오물 수거, 화재 진압, 구급 활동, 복지 지원 등에도 제약이 많다. 고한8리에는 주공아파트와 고한아파트, 강원랜드 기숙사 등 아파트 4개가 몰려 있다. 고한읍 전체 3100가구 가운데 고한8리에만 450가구가 살고 있고, 근처의 고한20리에도 25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김병진 고한20리 이장은 “모노레일 설치 초기에만 해도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으면 안 될 존재가 됐다. 모노레일이 하이원리조트 등 관광지와도 연결이 되니까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위쪽 주민들도 고한읍 전통시장에 내려가기 쉬워져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공익용 모노레일 7월 말 현재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전국의 모노레일은 17개이다. 14개가 관광용, 2개가 주민 이동 복지용, 나머지 1개가 수중 생태계 복원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익용 모노레일은 현재 3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원도심을 보전하면서 산복도로 마을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가 주민 이동 복지용 모노레일을 도시재생 사업의 기반시설로 여기고 추가 설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중구, 서구, 부산진구, 사하구 등 14곳의 계단길에 모노레일을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 동구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동구 초량동 이바구길(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의 ‘168계단’에 길이 65m의 6인승 모노레일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은 “14곳의 계단길 모노레일 말고도 금정구, 영도구 등에도 주민 이동 복지용 모노레일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모노레일에 산복도로 마을의 이야기를 결합해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 이를 통해 산복도로 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일궈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노레일을 설치하려면 공간 확보를 위해 산복마을 주민들을 내보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산복도로 마을엔 보상을 받아도 갈 곳 없는 저소득층이 많다. 결국 부산시가 산복도로 마을 주민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도시 재생사업 성공의 관건이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정한 기간 안에 사업을 완료해야 하는 등 눈에 보이는 결과에 쫓겨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민 스스로 (도심재생에) 나서게 해야 한다. 주민들의 주인의식이 없으면 도시재생 사업의 지속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동네의 이야기와 역사가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전국종합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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