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 주차장에서 충남도 보치아 실업팀의 최예진 선수가 어머니 문우영씨의 도움을 받아 선수단 버스에 타고 있다. 천안/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보치아 실업팀, 전용버스 생긴 날
“선수단 5명이 다 함께 같은 차에 탄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충남도가 운영하는 보치아 실업팀 주장 김성규(45) 선수가 웃었다. 늘 진지한 표정의 그는 이날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올해 초 결혼한 부인 박세레나씨도 곁에서 거들었다. “저 차예요? 정말 좋은데요!”
지난달 31일 제8회 전국보치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 주차장. 대회를 마친 선수들은 집오리들이 둥지를 찾아 나란히 헤엄치듯, 저마다 휠체어를 타고 새 차로 향했다. 이날은 실업팀 창단 1년 만에 이들을 위한 ‘전용버스’를 들이는 날이었다. 지난해 8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업팀을 꾸린 충남도 보치아 선수 5명에게 ‘또 하나의 발’이 생긴 셈이다. 보치아는 무게 275g짜리 공 6개를 던져 흰색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개수를 점수로 계산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로, 뇌병변·지체장애 등 중증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운동 종목이다.(<한겨레> 2013년 8월12일치 16면)
그동안 선수들은 숙소에서 훈련장으로 갈 때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거나 봉사단체 차량을 이용해야만 했다. 대부분 중증장애가 있는 탓에 눈이나 비가 내리면 이동 자체가 큰일이었다. 주장 김 선수를 뺀 4명이 평소 숙소에서 지내지만 훈련이나 대회 때 다 같이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충남도 실업팀과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임광택(39) 감독은 “도내 시·군에서 우리 팀에 시범경기·합동훈련을 요청한 적이 많았지만 이동차량이 없으니 한 번도 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이제는 제 시간에 훈련을 할 수 있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선수들과 많은 대화도 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충남도는 올해 초 보치아 실업팀 선수들과 장애인 전문체육 선수단의 원활한 이동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소형버스’ 구입을 추진했다. 새로 25인승 소형버스를 산 뒤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 등 차량 개조비까지 포함해 예산 6500만원을 들였다. 특장차 전문 업체인 ㈜오텍은 개조 비용의 3분의 1을 할인해줬다. 무게가 100㎏을 훌쩍 넘는 전동휠체어 5대를 너끈히 실을 수 있는데다 일반좌석도 9개 마련됐다. 선수 5명 모두는 물론 감독과 활동보조인, 경기 장비까지 걱정 끝이다.
충남도 보치아 실업팀은 실력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올가을 세계선수권대회(중국 베이징)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발된 국가대표 11명 가운데 4명이 충남도 실업팀 선수다. 김명수(30)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는 부진했는데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한 방에 만회하려고 벼르고 있어요”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이날 임 감독과 선수들은 버스 구조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꼼꼼히 살핀 뒤 여름휴가를 떠났다.
천안/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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