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한의사 꿈 키우던 해화에게
사랑하는 딸 해화야.
엄마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힘이 드는구나.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무엇을 먹어도 아무 맛도 느낄 수가 없구나.
엄마는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단다. 내 딸이 엄마 곁에 없다는 것을. 물론 그런 일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제주도 수학여행 갔다 와서 선물로 한라산 초콜릿 사다 줄 사람 많기도 하다”면서 여행 짐을 꾸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너를 못 본 지 100일이 훌쩍 넘었구나.
엄마를 많이 생각해주고,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모두 쫑알대면서 “엄마한테 다 이야기해야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던 우리 딸. 때론 엄마 친구가 되어 주고, 때론 엄마 보호자 역할도 해줬는데….
엄만 요즘 머릿속에 구멍이 난 것만 같구나.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딸인데 엄마가 다 못해 준 게 미안하기도 하고. 우리 사이를 두고 ‘엄마와 딸이 참 보기 좋다’며 주위 사람들이 많이도 부러워했는데…. 이제 그 자리를 동생이 해주려고 애쓰고 있구나. 엄마에게 전화하던 우리 딸 목소리가 그립고 또 그립구나. 하지만, 이제는 들을 수 없으니….
해화야! 아직 한 번도 엄마 꿈에 찾아오질 않는구나.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서 그런가? 오늘 밤엔 엄마 품에 꼭 들어오렴. 보고 싶다 해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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