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군라마을의 한 비닐하우스에 물이 들어차 수확을 앞둔 상추가 물 위로 듬성듬성 보인다. 18일 시간당 30㎜가 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강서구 일대 대저1·2동, 강동동, 녹산동 일대 250㏊(250만㎡)의 농지가 침수됐다. 부산/연합뉴스
물폭탄 맞은 부산 강서구 가보니
집중호우에 서낙동강 범람
채소·화훼농지 250만㎡ 침수
농민들 물퍼내지만 한숨만
구, 펌프장 총동원 강수위 조절
집중호우에 서낙동강 범람
채소·화훼농지 250만㎡ 침수
농민들 물퍼내지만 한숨만
구, 펌프장 총동원 강수위 조절
19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강동동 대사리 농로에서는 양수기들이 줄지어 늘어서 들판에 고인 물을 배수로로 끊임없이 퍼내고 있었다. 고무장화를 신은 농민들은 물에 잠겨 질척한 밭을 걸어다니며 농작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국화 비닐하우스 들머리에서 주민 조홍석(56)씨가 물에 잠긴 밭을 바라보며 시름에 빠져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 고랑에는 물이 차 있었다. 양수기 2대가 고인 물을 밖으로 뿜어내고 있었지만, 국화 잎은 이미 누렇게 색이 바래고 있었다. 막 피기 시작한 꽃도 누런색이었다. 상품가치를 잃은 것이다.
조씨는 “4950㎡에 심은 국화 9만본 가운데 500본 정도만 겨우 건졌다. 어떻게든 더 살리려고 작업 중인데, 상품가치가 있는 것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하루 만에 1년 농사를 다 망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근처에서 2310㎡ 규모로 참나물 농사를 짓는 박형길(54)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지난 18일 집중호우가 내리자 밤새도록 비닐하우스에 비닐을 덧대고 양수기 3대로 물을 퍼냈지만 농지에 물이 넘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박씨는 “근처에 있는 깻잎, 상추 농장들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엽채류는 물에 잠기면 상품가치를 완전히 잃는다. 옆 농지의 농민을 쳐다보면 애처로워 헛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구 지역인 부산 강서구 일대엔 18일 하루에만 300㎜가량의 비가 내려 농지 250만㎡가 물에 잠겼다. 강서구는 벼농사 농지 200만㎡, 대파 농지 21만㎡, 깻잎 농지 15만㎡, 화훼류 농지 5만㎡, 기타 엽채류 농지 9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깻잎, 상추 등 엽채류와 화훼류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서구 인근 경남 김해시 대동면과 칠산서부동 지역의 화훼, 토마토 농지 등 80만㎡도 물에 잠겼다.
강서구는 국지성 폭우와 서낙동강 범람으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서구는 녹산배수펌프장과 서낙동강 일대 19개 배수펌프장을 총동원해 강 수위를 낮추고 있다. 낙동강 삼랑진 지점의 수위가 홍수주의보 기준인 5m에 미치지 못해 홍수주의보가 해제됐지만 21일까지 최고 100㎜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돼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농지에 고인 물이 빠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가 더 온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별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농산과 관계자는 “배수펌프장을 가동시켜 농수로의 물을 서낙동강으로 퍼내 농수로 수위를 낮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서구는 농가 피해 신고를 받은 뒤 10일 이내 정밀조사를 벌여 복구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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