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퇴직 김인기씨 펴내
27년 발품…2만4천 단어 수록
“장작처럼 무뚝뚝한 인정이 지천”
27년 발품…2만4천 단어 수록
“장작처럼 무뚝뚝한 인정이 지천”
‘고뱅이(무릎), 수구레(숙여라), 쎄라(씻어라)….’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태백산맥에 둘러싸인 고립된 지형 탓에 옛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언어의 보물섬’ 강원 강릉 지역의 사투리를 집대성한 ‘강릉방언대사전’이 출간됐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26일 오후 강릉문화원에서 강릉방언대사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강릉방언대사전은 강릉시청에서 청원경찰로 퇴임한 김인기(66·사진)씨가 27년간 작업한 강릉사투리 사전이다.
1735쪽에 이르는 사전에는 김씨가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채록한 2만4000여개의 단어가 수록됐다. 책의 무게만 3.7㎏에 이른다. 앞서 1998년과 2004년에 김씨가 낸 ‘강릉방언총람’과 달리 사전처럼 단어에 예문을 표기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강릉사투리를 표시한 뒤 같은 뜻으로 쓰이는 사투리들도 모두 수록했다.
언어학 전문가도 아닌 김씨가 사투리 보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부터다. 김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산 탓에 또래 아이들보다 유독 사투리가 심했다. 당시 부산에서 만난 사람한테 ‘사투리가 특색있다. 잊혀지기 전에 강릉사투리를 모아봐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평생 우리말을 연구한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구석구석 깊은 곳까지 발품을 팔지 않고는 도저히 찾아지지 않을, 그 많은 분량의 자료들을 이렇게 수립·정리한 일은 누구도 감히 엄두를 못 내는 일이다. 강릉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조남환 강릉사투리보존회장도 “김인기 선생은 20년 이상 밥도 안 나오는 강릉사투리 채록에 인생을 바쳤다. 향토문화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인기씨는 “고향 강릉은 천성이 꾸밀 줄 몰라 참나무 장작처럼 무뚝뚝한 인정에, 투박하고 억센 질감이 혀끝으로 묻어나는 뚝배기 장맛 같은 구수한 사투리가 온통 지천이어서 좋다. 아직 검증하지 못한 600여 단어가 있는데 앞으로도 강릉사투리 지키기에 평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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