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안행부가 대상 아니다 해석”
반핵단체 “행정부 시녀냐” 큰 반발
반핵단체 “행정부 시녀냐” 큰 반발
강원 삼척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주민투표 동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주민투표를 시행할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가 원전 건설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방침을 정하면서 반핵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반핵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김양호 삼척시장은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라도 실시해 주민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척시선관위는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유치는 국가 사무’이고, 안전행정부는 ‘국가 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 결과를 보내왔다. 삼척 원전 문제는 정부 부처의 유권해석 결과를 토대로 (표결 없이) 최종 결정만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행부 관계자도 “유치 신청 단계에서는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산업부가 원전 예정 부지로 지정한 상태다. 산업부의 결정사항을 주민투표로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광우 삼척시의원은 “주민투표법과 삼척시주민투표 조례에 주민의 복리와 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10월 석탄화력발전소 유치 사업을 추진하던 경남 남해군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을 백지화했으며, 전북 부안군도 2004년 2월 자체 주민투표를 실시해 방폐장을 막아낸 사례가 있다.
삼척시선관위가 사실상 주민투표를 거부하자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 지역 반핵단체들은 이날 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낱 정부 부처의 자의적인 유권해석에 얽매인다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하는 것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성명을 내어 “삼척 주민투표는 핵발전소 유치 여부를 묻는 국내 최초의 주민투표로,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척시는 민간 주도로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주민투표를 선관위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간기구 등을 통해서라도 주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복우 삼척시청 미래전략과 총괄기획계장은 “선관위가 실시하는 주민투표든, 민간단체 주도의 주민투표든 원전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묻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 대다수가 원전을 원한다는 거짓된 내용를 바탕으로 삼척이 원전 예정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원전 반대 의사가 투표를 통해 확인되면 이를 근거로 정부와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음성원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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