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 부른 부실시공] 도마오른 서울시 책임론
서울 도로함몰 31%가 송파지역
지반 약한 충적층 많은 곳
공사 정교하고 감독 철저했어야
“턴키방식·책임감리제라 관여못해”
서울시, 법적책임 인정 안하고
“삼성물산이 복구하도록” 방침 밝혀
서울 도로함몰 31%가 송파지역
지반 약한 충적층 많은 곳
공사 정교하고 감독 철저했어야
“턴키방식·책임감리제라 관여못해”
서울시, 법적책임 인정 안하고
“삼성물산이 복구하도록” 방침 밝혀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일대에서 발견된 동공 7곳(도로함몰 1곳 포함)은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부실공사 때문이라고 서울시가 밝혔다. 지하철 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되었는데도 시공사가 책임지는 턴키방식(설계·시공 일괄 입찰)과 책임감리제 적용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서울시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창근(관동대 토목학과 교수) 석촌동 동공 발생원인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석촌지하차도 하부를 통과하는 지하철 9호선 실드터널 공사가 원인이 됐다. 시공사가 품질관리를 잘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지역은 과거 한강과 근접해 있어 모래·자갈이 퇴적해 쌓인 연약한 지층인 충적층이 형성된 곳이다. 충적층을 따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중이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터널 굴착을 앞두고 동공 발생 가능성을 논의하고 대처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실제 시공 관리는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된 굴착량을 초과하는 토사 굴착이 이뤄졌음에도 위험성을 알아채지 못했다. 땅속을 파들어가는 실드공법의 특성상 토사량은 공사가 적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설계 굴착량보다 14%나 많은 토사가 나왔음에도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면밀한 공사와 함께 철저한 감독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서울시가 예고된 위험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굴착량이 담긴 매일매일의 기록을 감리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에는 이런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 위험지표 관리감독이 안 된 것이다.
서울시가 집계한 2010년 이후 도로함몰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전역의 도로함몰 가운데 31%인 866건이 송파지역에서 발생했다. 충적층이 많기 때문이다. 송파지역에서 싱크홀이 빈발하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이제껏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서울시는 충적층을 통과하는 터널공사 구간 전수조사, 순찰활동 강화, 선제적 도로 함몰 탐지활동 같은 대책을 밝혔을 뿐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대신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페이스북에 도로함몰 토론방을 만들겠다. 안전은 집단지성의 힘, 참여와 협력이 발휘될 때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런 태도는 법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시공사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하철 9호선 공사가 턴키방식으로 진행됐고 책임감리제가 적용된 사업장이어서 서울시가 공사 현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석촌지하차도 동공을 삼성물산이 책임지고 복구하도록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서울시는 동공 발생에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날 이건기 행정2부시장은 “외국의 거대한 싱크홀과 달리 서울의 소규모 싱크홀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석촌지하차도의 동공들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박창근 위원장은 “석촌지하차도와 위에 있는 백제고분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공들을 발견 못했다면 엄청난 재난이 발생했을 것이다.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었다. 언젠가는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자원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싱크홀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땅이 꺼진 것에 대해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할 만한 대책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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