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장군 전역공원’ 표지석. 사진 철원군청 제공
철원군수·일부 주민 등이 최근 설치
군, 공원이름도 바꾸려다 제동걸려
군농민회 “쿠데타 정당화…철거돼야”
군, 공원이름도 바꾸려다 제동걸려
군농민회 “쿠데타 정당화…철거돼야”
강원도 철원 ‘군탄공원’ 입구에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란 대형 표지석(사진)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 유적공원화 추진위원회’(회장 이근회)는 최근 높이 9m, 폭 3m 규모의 대형 표지석을 설치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현종 철원군수, 한기호 국회의원 등과 지역 주민들이 낸 성금 3400만원으로 건립됐으며, 이 군수 등 기관단체장과 주민 15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표지석 ‘남기는 글’에 “5000년 역사의 바다에 박정희 장군이 남긴 항해의 흔적은 너무나 크고 깊다. 군사정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장군의 고뇌가 서려 있는 이곳을 40년 전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고 썼다.
이 회장은 “박 장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명칭을 복원하면 안보관광지로 누구나 한번씩 방문하게 돼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박 장군을 신성화·성역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군탄공원은 1963년 8월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던 박 전 대통령이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라는 내용의 퇴역사를 남기고 군 생활을 마무리한 곳이다. 1976년 정부가 이곳에 전역비를 세우고 공원화 사업(5만5000㎡)을 추진하면서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지’로 불렸다. 이후 1988년 노태우 정권 때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이 ‘군사 쿠데타’로 규정되면서 이곳의 행정구역명을 딴 ‘군탄공원’으로 바뀌었다. 2000년 철원군번영회 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전역지 되찾기 운동을 벌였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뒤 철원군까지 가세해 공원 이름을 다시 바꾸려 하고 있다. 철원군은 지난해 3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군탄공원을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으로 바꾸는 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11월 강원도지명위원회에서 ‘부결’됐지만, 철원군은 지난달 또다시 강원도지명위원회에 안건을 제출했다가 ‘보류’되는 등 박정희 기념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 정책실장은 “쿠데타를 정당화할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 하루빨리 표지석을 철거해야 한다. 철거하지 않으면 박정희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는 안내판을 표지석 옆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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