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내일학교’ 반월당역서 전시
3년 동안 공부…대부분 60대 이상
“학교생활 꿈만 같았다” 눈시울
3년 동안 공부…대부분 60대 이상
“학교생활 꿈만 같았다” 눈시울
늦깎이 초·중학생 150명이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에서 ‘졸업시화전’(사진)을 열었다.
대구시교육청은 9일 “늦깎이 학생들의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졸업시화전을 14일까지 연다”고 밝혔다.
시화작 출품자는 대구시교육청 학력 인정 교육 프로그램인 ‘대구내일학교’에서 3년 동안 배우고 이달 말 졸업을 앞둔 초등학생 125명과 중학생 25명으로 대부분 60대 이상 할머니들이다.
초등과정을 마친 김호순(74) 할머니는 <다시 찾은 나의 삶>이라는 작품을 졸업시화전에 냈다. 그는 “칠십 평생 간절하던 학교 생활이 꿈만 같다. 가끔씩 등에 짊어진 책가방이 어릴 적 동생을 덮은 포대기가 아닌지 돌아볼 때가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역시 초등과정을 졸업하는 박금자(66)씨는 <학교 가는 길>에서 “황혼 너머 내딛는 학교 가는 발걸음에서, 돋보기 너머 글자 속에서 봄꽃이 피듯 나의 꿈도 피어난다”고 했다.
태춘옥(63)씨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면서 새벽부터 힘든 떡집 일을 하는 남편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대구시교육청은 공부할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에게 초·중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2011년 대구내일학교를 시작했다. 초등과정은 3년 동안 1주일에 사흘간 하루 2시간씩 읽기·쓰기·곱셈 등을 한다. 중학과정은 3년 동안 1주일에 이틀간 하루 5시간씩 수업한다. 초등학교 과정은 이미 158명이 졸업했고, 중학교 과정은 이번에 첫 졸업생이 나온다.
제갈선희 대구시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 주무관은 “60대 이상 할머니들이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일반학교를 다니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내일학교를 시작했다. 이곳에 다니는 늦깎이 학생들은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고, 전화를 할 때 메모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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