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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수도권 시민 식수 오염” “연간 7조 효과 신성장 동력”

등록 2014-09-14 22:25수정 2014-09-16 22:23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경기·서울·인천지역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토부가 책임지고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백지화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경기·서울·인천지역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토부가 책임지고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백지화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지역 쏙] ‘구리월드디자인시티’ 논란

경기도 구리시가 추진해온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을 서울시 등 인근 지자체와 환경단체들이 한강 상수원 수질오염 우려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구리시는 왜 이 사업에 7년씩이나 다걸기(올인)하고 있는지, 서울시와 인천시, 환경단체들은 왜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은 1000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반드시 백지화돼야 합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수도권 환경·시민단체 77개로 꾸려진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경기·서울·인천지역 공동대책위원회’ 회원 10여명이 “구리친수구역 사업 대상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불가능한 땅인데도 국토부가 조성사업을 묵인했다”며 국토교통부 규탄시위를 벌였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 앞에서는 경기도 구리시민들의 모임인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추진 범시민연대’ 회원 30여명이 ‘지방자치단체간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집회를 했다. 이들은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을 반대한 서울시에 대안 제시와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3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12일 갈등의 진원지인 구리시 토평동 일대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부지를 찾았다. 축사 10여곳과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1000여동이 난립해 있었다. 고물상 야적장마다 건축폐기물이 수백t씩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겉보기엔 지저분하지만 이 땅은 전국 시·군·구 중에서 면적(33.3㎢)이 가장 좁은 구리시가 미래를 위해 아껴둔 ‘기회의 땅’이다.

서울 광진·중랑·노원구와 이웃해 있고, 강변북로·서울외곽순환도로·국도 43호선과 함께 제2경부고속도로, 구리~포천 고속도로, 지하철 8호선(별내선)이 예정돼 있어 도시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으로 꼽힌다.

동시에 이곳은 한강을 따라 6.4㎞ 안에 서울·인천·경기 성남 시민들의 식수원인 취수장이 6곳이나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기회의 땅을 ‘월드디자인시티’로 개발하려는 구리시가 상수원 오염을 우려하는 다른 지자체 및 환경단체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다.

100m 높이의 구리타워에 올라가보니, 사업부지의 동북쪽은 왕숙천을 경계로 경기 남양주시 지금·진건지구가, 남쪽 한강 건너편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와 하남시 미사지구 등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이 한창이었다. 최근까지 모두 그린벨트로 묶였던 곳이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추진 범시민연대의 백현종(49) 공동위원장은 “고덕강일지구나 미사지구 개발이 한강 수질을 오염시킬 우려가 훨씬 큰데도 서울시와 환경단체는 유독 구리 쪽만 문제 삼으며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 수질오염이 문제라면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지 사업을 백지화하라는 것은 작은 동네라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항변했다. 지영호 구리시 도시개발과장은 “월드디자인시티가 조성되면 최첨단 공법으로 하수를 처리해 소똥과 쓰레기로 뒤덮인 지금보다 상수원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해 만든 ‘친수구역특별법’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인 구리시 토평동·교문동·수택동 일대 172만1000㎡에 월드디자인센터, 상설전시장, 엑스포 시설, 외국인 주거지역, 호텔, 국제학교, 상업단지 등을 짓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구리시는 보금자리주택을 짓자는 토지주택공사 등의 제안을 뿌리치고 디자인산업의 아시아 허브를 만들겠다며 68개 글로벌기업들로 구성된 국제유치자문단을 운영하는 등 7년 동안 이 사업에 ‘올인’해왔다. 디자인시티가 조성되면 건축·인테리어·디자인 등 외국기업 2000곳 입주, 연간 파급효과 7조원, 외국인 직접투자효과 20조원, 고용유발효과 11만명, 연간 외국인 방문객 180만명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게 구리시의 주장이다. 구리시는 총 10조원의 사업비에 대한 외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박충기 구리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디자인산업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에 이어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동력 산업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디자인산업의 아시아 전진기지 유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수원 훼손에 대한 우려와 사업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은 지역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친수구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받은 뒤 사업부지 그린벨트 해제안이 지난해 12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돼 4차례 심의를 거쳤지만 상수원 오염을 우려하는 서울시의 반대로 심의가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는 상수원 훼손이 우려된다며 4차례나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사업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서울시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부지의 92%가 상수원 보호를 목적으로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이라며 “사업 추진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대규모 복합도시 건설이 이뤄지면 우수 유출량의 증가로 상수원보호구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인천시도 인천시민의 식수원인 풍납취수장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사업 중단을 검토해달라고 국토부와 환경부 등에 요청했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추진 범시민연대 준비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수도권 주민을 무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규탄대회’를 열어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추진 범시민연대 준비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수도권 주민을 무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규탄대회’를 열어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환경단체들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환경정의, 녹색연합 등 77개 단체는 지난 2월 구리친수구역조성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은 경제성도 떨어지고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도 위협한다”며 사업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공동대책위는 “국토부가 애초 사업 대상지인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해제기준을 올바로 적용하고 환경등급평가를 제대로 했다면 구리시가 경제성도 없는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토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환경 이전에 사업성 불투명이 더 큰 문제다. 인구 20만, 예산 3600억원의 작은 도시가 10조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는 것은 무리이며 지금이라도 멈추는 것이 재정을 보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안전행정부도 지난 7월 중앙투융자심사에서 재원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안행부는 “사업 예정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 등이 끝나지 않았고 기초단체가 추진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사업비 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구리시는 수질오염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사업구역에 7.3㎞짜리 관로를 설치해 잠실수중보 하류에 첨단공법으로 처리된 하수를 방류하고, 오염된 빗물이 곧바로 한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대규모 저류시설을 설치해 고도하수처리 방식으로 방류하겠다는 상수원 보전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자금조달에 관해서도 구리도시공사에 감정가 3152억원 상당의 시유지 6만1104㎡를 현물 출자해 1단계 사업비 5162억원을 대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고위공직자는 “구리시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서울시가 반대하면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다만 갈등이 커지기 전에 중앙부처와 서울시·환경단체 등이 협의체를 꾸려 꼭 필요한 사업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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