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유치” 명분 미국출장 다녀와
노조 “실효성 의심·혈세 낭비” 반발
노조 “실효성 의심·혈세 낭비” 반발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파행운행을 거듭하고 있는 강원 속초의료원 원장과 주요 간부들이 국외 환자를 유치하겠다며 1000여만원을 들여 미국 출장을 다녀와 논란이 되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박승우 원장과 이대영 진단검사의학과장, 김문홍 기획혁신계장 등 3명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고 24일 밝혔다. 엘에이(LA) 한인축제에 참가해 의료관광 사업을 홍보했으며, 항공료와 숙박비 등으로 1000만원의 예산을 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속초의료원의 미국 환자 유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속초의료원은 지난해와 올해 러시아·중국 현지에서 의료 관광 홍보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원장까지 동행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강수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속초의료원의 인프라 수준으론 서울 강남 등 유명 병원과 경쟁이 안 된다. 속초의료원이 러시아와 중국도 아닌 미국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예산 편성과 집행의 적정성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파업과 직장폐쇄, 단체협약 해지 등 속초의료원의 노사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장 등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노조 쪽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노봉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속초의료원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국외 환자 유치활동을 위해 도민 혈세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진료정상화를 이뤄야 한다. 미국 출장 기간 어떤 일정을 소화했는지, 경비를 어디에 지출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의료관광 효과는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노사 갈등 이전부터 계획된 출장이었고, 관광성 일정은 일체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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