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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조선 재판기록 ‘추안급국안’ 10년 만에 번역했다

등록 2014-09-29 18:40

변주승(52)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소장
변주승(52)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소장
변주승 전주대 고전학연구소장
279건을 원고지 15만매 90권에
“민중사·국어사 연구에 도움될 것”
“모든 분야가 서울에 집중된 우리나라 현실에서 10년 동안 90권짜리 번역작업을 지방에서 해낸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특히 전북 전주는 조선후기 완판본 <춘향전> 같은 소설을 간행하는 등 출판문화의 뿌리깊은 전통이 있습니다.”

변주승(52·사진)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소장은 29일 번역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조선시대 정치·범죄 등을 다룬 기록 <추안급국안>을 국역 90권으로 내놓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추안급국안>은 조선시대인 1601년(선조 34)부터 1892년(고종 29)까지 왕명을 받드는 사법기관인 의금부에서 다룬 279건의 재판기록이다. 연루자만 1만2천명에 이른다. 조선 사회를 뒤흔들었던 변란, 역모, 천주교, 왕릉 방화 등과 관련해 죄인들을 심문한 내용이다. 책 제목은 ‘심문’을 뜻하는 ‘추’와 ‘고문’을 뜻하는 ‘국’에다 한글로 ‘및’을 의미하는 ‘급’이 합해져 이뤄졌다. 변 소장은 “쉽게 얘기하면 조선시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추안급국안>은 심문과 진술을 담은 대화 형태로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으며, 정권을 둘러싼 지배층의 권력투쟁뿐만 아니라 민중의 생활상 등을 담고 있다. 번역 분량은 원문 글자수 약 672만6천자로 이를 200자 원고지 15만매로 옮겼다. 교수와 연구원 10명이 번역을 나눠 했고, 변 소장이 책임을 맡았다. 번역 작업 초기에는 내부에서 무모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밀어붙였다.

변 소장은 “<추안급국안>은 500년 동안의 자료인 <조선왕조실록>을 제외하면, 아마 단일 제목의 번역서로는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 심문 내용을 직접 기록한 것이어서 한자음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 내용이 많고, 한자어의 우리말 표기법인 이두의 사용이 빈번하다. 국어사 연구발전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에서 공모한 ‘기초학문육성 인문사회분야’에서 시작됐다. 2004년 8월부터 2007년 7월까지 3년간 집중 번역했고, 7년 동안 윤문·교열 과정을 거쳤다.

연구진들은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천주교호남교회사연구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박4일간 번역 세미나를 했다. 전 천주교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인 김진소 신부 등이 숙식을 제공했다.

변 소장은 “가장 힘든 것은 ‘이만하면 됐겠지’ 하는 유혹이었습니다. 멈추려다가도 한 번 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그 유혹을 떨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번역본은 500부만 한정 제작한 뒤 대중화를 위해 웹서비스도 2~3년 뒤 추진할 계획이다.

글·사진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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