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구는 노동자들이 살기에 가장 힘든 도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16개 시·도별 노동시장의 주요 특징’ 자료를 보면, 대구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0시간으로 전국에서 울산(44.2시간) 다음으로 길다. 반면 대구 노동자의 월평균 급여는 226만원으로 제주(213만원) 다음으로 낮다.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의 ‘시·도별 실업률’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대구지역 실업률은 4.7%로 전국에서 인천 다음으로 높다. 대구의 청년 실업률은 무려 14.3%다. 역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당연히 개인소득과 민간소비는 전국 하위권이다. 노동자에게 대구는 최악의 도시다.
그런데 대구시가 스스로를 ‘노사평화 도시’라고 선포했다. 지난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사정 평화 대타협 선포식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노사평화 도시로서의 오랜 기반을 바탕으로 전국 최초로 선진적인 노사평화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근거는 딱 하나다. 노사분규가 적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대구에서는 지난해 2건의 노사분규가 있었다. 언뜻 보면 적어 보인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아예 노사분규가 없었고, 전북에서는 1건, 인천에서는 2건의 노사분규가 있었다. 강원, 울산, 경북, 전남, 충남, 충북 등에서는 3건의 노사분규가 있었다. 대구는 노사분규가 적은 도시도, 많은 도시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구는 왜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가 많지 않을까?
고용노동부의 ‘2010년 노동조합 조직 현황’ 자료를 보면, 대구 노동자 가운데 한국노총 조합원(2만567명)은 민주노총 조합원(5661명)에 견줘 3.6배나 많다. 전국적으로 한국노총 조합원(72만여명)이 민주노총 조합원(58만여명)의 1.3배인 것을 고려하면, 대구는 한국노총 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사분규가 한국노총보다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대구는 노사분규가 많이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다. 노동운동에 보수적인 대구 도시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대구에서 노사분규가 많지 않은 것은 노사화합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참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과 2012년 대구를 노사 상생협력 우수도시로 선정해 상을 줬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대구를 노사 상생협력 최우수도시로 선정했다. 대구시는 2012년 노조 탄압으로 이름을 알린 상신브레이크에 노사화합상을 줬다. 대구시가 이렇게라도 해서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상대로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의 눈속임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동에 대한 기본 개념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만 받을 뿐이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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