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구시가 5년 동안 추진했던 ‘만남의 미술관: 이우환과 그 친구들’의 운명이 다음달 결정된다. 계속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예산안에 미술관 건립 예산을 넣어야 한다. 곧 설계가 끝나기 때문에 공사 비용을 포함하는 것은 사업 추진을 의미한다. 반대로 공사 비용을 예산안에서 찾을 수 없다면 사업 백지화를 뜻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결단만 남았다.
대구시 안에서는 이미 설계까지 끝나는 상황에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더 문제가 커지기 전에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대구시는 이우환 작가에게 작품을 싸게 구해 달라는 마지막 설득을 해볼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이우환 미술관 건립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되는 분위기다. 이우환 작가가 자신과 그 유명한 ‘친구들’의 작품 수십 점을 ‘단돈’ 100억원에 넘길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 설득이라지만 사실상 이우환 작가에게 최후통첩을 하는 셈이다.
이우환 미술관 건립은 애초부터 추진해서는 안 될 사업이었다. 그 많은 세금을 들여 공공미술관을 건립할 때는 지역 문화예술계가 자생력을 갖추고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우환 미술관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술관 하나 짓는다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자체가 큰 착각이었거나, 아니면 억지였다.
그렇다면 투자한 세금을 회수할 정도의 수익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우환 미술관은 작품 구입비를 빼고도 건축비 297억원에 연간 운영비만 15억원이 든다. 그것도 대구시가 잡은 최소 금액이다. 일반전과 특별전을 번갈아 여는 대구미술관은 입장료로 1000~5000원을 받는다. 이우환 미술관이 입장료로 5000원을 받는다고 해도, 연간 30만명이 다녀가야 겨우 운영비 15억원을 메울 수 있다. 입장료로 1000원을 받으면 연간 150만명이 다녀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사마 야요이’전으로 엄청난 대박을 친 지난해 대구미술관의 연간 관람객은 50만명이었다.
이우환 미술관을 지어서 득을 볼 쪽은 공무원뿐이다. 퇴임 뒤 ‘낙하산’을 타고 갈 출자·출연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미술관을 세울 경제적 여력도 없고, 세운다 해도 지역 문화예술계에 자양분을 주기는커녕 자생력도 갖추기 어렵다면, 이우환 미술관은 백지화하는 것이 맞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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