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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이후 원전 위험성 내 일처럼 느껴져”

등록 2014-10-10 19:56수정 2014-10-10 21:22

삼척 원전 백지화 범시민연대 회원들이 10일 오후 강원 삼척시 사무실에서 정부의 원전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삼척/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삼척 원전 백지화 범시민연대 회원들이 10일 오후 강원 삼척시 사무실에서 정부의 원전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삼척/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르포/원전 반대투표 끝낸 삼척 분위기
“원전이 위험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죠.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민들의 생각이 확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막연하게 ‘위험할 수도 있겠지’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게 내 일이 될 수도 있구나’라고 변한 것 같아요.”

강원도 삼척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 다음날인 10일 오전 새 주택단지가 조성된 교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정보영(33)씨가 투표에 참여한 84.9%(2만4531명)가 반대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씨의 남편 이상섭(36)씨는 “원전 유치 반대 여론이 더 많다는 것은 삼척주민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 않다. 90% 이상 나올 거란 예측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전 강원 삼척의 아침 거리 풍경은 ‘주민투표로 원전 찬반 갈등에 종지부를 찍자’, ‘정부는 각성하라. 원전 백지화를 촉구한다’ 같은 펼침막만 빼면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2010년 12월 삼척시가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유치 신청서를 낸 뒤 4년간 겉으로 표출되지 않았던 삼척 민심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이어 주민투표를 통해 터져나왔다.

경제활성화 믿는 찬성론자들도
압도적 반대에 대체로 결과 수긍
최문순 지사 “갈등 끝낼 마침표”
강원도 17개 지자체도 “환영”
시민단체들 “정부, 시민뜻 따라야”

시민들이 직접 주민투표위원회를 꾸려 실시한 전날 주민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만2488명 가운데 2만8873명이 투표해 67.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중 원전을 유치하는 데 찬성표를 던진 시민은 14.4%(4164명)에 불과했다. 이미 삼척시민들은 ‘찬핵’과 ‘반핵’ 맞대결 구도로 치러진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김양호 삼척시장을 당선시키면서 원전 유치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주민투표가 끝나고 일상생활로 돌아간 일부 주민은 여전히 원전을 유치해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믿는 듯했지만, 주민투표 결과에는 대체로 수긍하며 원전 유치 찬반을 둘러싼 주민 갈등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찬성 여론이 가장 높게 나타난 지역인 원덕읍에 사는 정연대(53)씨는 “우리 동네는 화력발전소가 들어온 뒤 환경이 다 파괴돼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은 원전이라도 들어오면 막노동이라도 해서 먹고살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 어쨌든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의 뜻이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주민들끼리 갈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대학생 박영덕(25·남양동)씨도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의 뜻이 확인된 만큼 그동안의 갈등을 털고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4년간 계속된 주민 갈등은 2010년 유치 신청 과정에서 주민투표를 시행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번 투표는 갈등과 혼란을 끝내는 마침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 주민 다수가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 반대를 선택했다는 소식에 삼척뿐 아니라 강원도 내 나머지 17개 시·군도 반겼다. 삼척 원전 찬반투표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던 동해시의회 김혜숙 의장은 “삼척 원전은 삼척뿐 아니라 동해, 강원도민 모두의 문제다. 삼척주민들의 결단을 환영하며, 정부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정부를 향해 원전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삼척 원전 백지화 범시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삼척시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꾸린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성명을 내어 “정부가 투표 결과를 부정하고 원전 건설을 강행한다면 지방자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결과는 탈핵과 대안에너지를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도 성명을 내어 “탈핵과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는 “이번 기획에 원전 확대 일변도인 국가 에너지정책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척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이재 국회의원도 “원전 유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시민 뜻이 확인된 만큼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바로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삼척/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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