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겨울올림픽 활강 경기장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리왕산의 벌목 훼손 현장. 15일까지 벌목공사 30%가 진행됐으며, 환경단체들은 500년 원시림의 나무 5만그루가 잘려나간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대상 면적 52만㎡에 1081억 필요
특별법에 복원비 분담 언급 없어
문체부·환경부·산림청 ‘나몰라라’
특별법에 복원비 분담 언급 없어
문체부·환경부·산림청 ‘나몰라라’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키 활강 경기장 건설을 위해 강원 정선 가리왕산이 마구 훼손되고 있지만 생태복원이 불투명하다. 환경부·산림청·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은 생태복원비(1081억원 추정)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강원도 또한 대책이 없다.
강원도는 2017년까지 1095억원을 들여 정선 가리왕산 183만7291㎡에 관중석 1만2000석 규모의 활강 경기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지금까지 벌목공사 30%가 진행됐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에 따라 대회 뒤 가리왕산 생태복원에 나서기로 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과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지역 등 강원도가 생태복원을 해야 할 면적은 52만5800㎡에 이른다. 복원 비용은 경기장 건설 비용과 맞먹는 1081억원 정도로 추정됐다.
하지만 생태복원 예산을 누가, 얼마나 분담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경기장 건설은 ‘2018 평창올림픽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75% 이상을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생태복원 예산에 관해선 특별법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결국 정부가 올림픽 뒤 발을 빼면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될 강원도가 ‘1000여억원짜리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15일 공개한 공문을 보면, 각 정부 부처는 가리왕산 생태복원 비용을 서로 미루고 있는 분위기다. 공문을 보면 환경부는 “생태복원 예산 확보에 대한 별도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산림청은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올림픽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강원도가 환경부·산림청 등과 협의해 생태복원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예산과 부담 주체 문제도 강원도·환경부·산림청 등과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우 의원은 “평창겨울올림픽 준비에 5조2104억원을 지원한 정부가 생태복원에 관한 추가 재정지원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00년 원시림의 수목 5만여그루가 훼손될 것으로 보고 있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크다. 윤상훈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면 뒷짐을 질 것이 뻔하고, 돈이 없는 강원도도 제대로 생태복원을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돈이 없어 생태복원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토사 유출과 외래식물종 유입에 따른 생태계 교란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수안 동계올림픽추진본부 생태환경담당은 “강원도는 재정 여건이 열악해 1000억원이 넘는 생태복원 비용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 올림픽 특별법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생태복원 예산 지원을 특별법에 명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