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획량 90년대 절반 수준
바닥 훑는 그물어선 단속해야
바닥 훑는 그물어선 단속해야
동해안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가 싹쓸이 불법조업 등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귀한 몸’이 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동해·삼척)이 16일 공개한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은 15만4555t으로 1996년(25만2618t)에 견줘 61.1% 수준에 그쳤다. 2005년 18만9126t이 잡히면서 20만t 선이 무너진 뒤 해마다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 의원은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는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싹쓸이뿐 아니라 저인망(트롤)어선과 채낚기어선의 불법 공조조업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인망어선은 바다 밑바닥으로 자루 모양의 그물을 끌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잡는 배로, 강원도와 경상도 동쪽 등 동해 바다에서만 조업할 수 있다.
실제 동해구 저인망어선의 어획량은 1996년 22t에서 지난해 3만6574t으로 1662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t 미만 연안복합어선 등 소형 어선의 어획량은 1만8895t에서 4588t으로 75.7%나 줄었다. 어자원 보호를 위해 어선들이 함께 고기를 잡는 공조조업이 금지돼 있지만, 채낚기어선이 집어등으로 불을 밝혀 오징어를 모으면 저인망어선이 와서 그물로 오징어 씨를 말리는 방식의 불법조업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해양수산부의 ‘공조조업 단속 실적(2001~2013년)’을 보면, 동해구 저인망어선에 대한 단속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최호현 강원도청 환동해본부 수산정책과 주무관은 “채낚기어선과 저인망어선의 공조조업은 주로 새벽시간 단속의 눈길을 피해 10여분 정도 이뤄져 단속하기 힘들다. 엄청난 양의 오징어를 잡은 뒤 판매액의 20~30%를 채낚기어선에 불을 밝혀준 대가로 준다”고 귀띔했다.
이이재 의원은 “중국 어선이 북한 해역에서 오징어 씨를 말리고 있다면, 남한에선 저인망어선들의 불법조업이 거드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동해안 오징어 자원 관리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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