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가 영주권을 얻은 김아무개(28)씨는 2012년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여행 온 최아무개(27·여)씨와 사랑에 빠졌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동거를 시작한 김씨와 최씨는 행복했다. 하지만 최씨는 단기 체류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90일이 지나자 불법체류자가 됐다. 사는 게 불편해지자 김씨와 최씨는 둘이서 함께 한 1년여가량의 미국 생활을 접고, 지난 1월 함께 부산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바다가 보이고 경치가 좋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미국에서 가져온 2000여만원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걸고 다달이 120만원을 내기로 했다. 이들은 남은 돈으로 생활을 하다가 석달가량 지나자 관리비조차 내지 못하게 됐다.
군 입대가 싫었던 김씨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씨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금세 관뒀다. 몸이 약한 최씨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돈이 궁하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얻었던 부동산 거래 누리집을 떠올렸다. 팔려고 내놓은 집에는 목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밤 9시10분께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김아무개(26)씨 집에 집을 보러 온 것처럼 속이고 들어가 청테이프로 김씨의 손발을 묶은 뒤 귀금속과 신용카드 등 1000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지난 6월22일 오전 11시께 해운대구 우동의 장아무개(35)씨 집의 초인종을 눌러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모두 2000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부동산 거래 누리집에서 사고팔 집 근처의 폐회로텔레비전을 파악하고 도주로 등을 검색했다. 영화와 뉴스 등에서 본 것처럼 얼굴을 가리고 변장도 했다. 5분 거리의 범행 장소로 갈 때도 택시를 네 번이나 갈아타는 치밀함을 보였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이들을 특수강도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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