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120돌’ 대동제 연 임수진씨
‘동학120돌’ 대동제 연 임수진씨
정부예산 삭감 계기로 결심
십시일반 돈 모아 행사 추진
동학정신 담은 집체극 꾸며
정부예산 삭감 계기로 결심
십시일반 돈 모아 행사 추진
동학정신 담은 집체극 꾸며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제대로 잇기 위해 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열린 동학 120돌 기념 모악 천하대동제의 임수진(69) 추진위원장은 순수 민간 힘으로 행사를 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지난해 정부에 동학 관련 예산을 24억원 요구했으나 1억원으로 삭감됐다는 소식을 나중에 듣고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행사를 치르기로 주변 지인들과 뜻을 모았다. 전북 진안군수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임 위원장 등이 십시일반으로 4500만원을 모았다. 그는 “행정으로부터 예산을 받으면 관의 입맛에 맞게 공연이 보여주기식으로 이벤트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의 이름을 모악 천하대동제로 붙인 이유에 대해 “모악산은 미륵불교, 동학, 증산, 원불교, 혁명을 꿈꾼 정여립의 대동계, 김제 수류성당의 천주교, 김제 금산교회의 개신교 등 여러 종교의 기운이 깃든 산이다. 한국 정신문화의 본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동학정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을 전국에서 참여시켜 울림이 있는 노래·춤·소리·시의 종합적인 집체극으로 꾸몄다. 단체장·정치인 인사말도 아예 빼버렸다. 대신 120년 동안 제대로 불러주지 못한 무명 농민군들의 이름을 불러줬다. 무명 농민군의 이름, 희생 당시 나이, 활역상을 20분짜리 영상에 담아 무대 자막에 비췄다.
출연진 50여명은 모두 자발적인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전북지역 음악인 8명이 이번 행사를 위해 재결성한 악단 ‘더불어봄’, 전북여성농민노래단 ‘청보리사랑’, 한양대 교수 장순향의 춤패, 농악을 하는 ‘연희단 팔산대’, 호남살풀이 이수자 진현실, 검무가 지성철, 황해도 만신 김혜숙씨 등이 무대에 섰다. 시민 5명이 김용택 시인의 ‘나는 모악이다’를 낭송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농민군이 치켜들었던 제폭구민과 보국안민의 깃발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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