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사회 2부 기자
2004년 5월10일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인천외국어고교 2층 교장실 입구 복도. “민주적인 학교를 원합니다. 선생님을 돌려달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학생들의 모습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반대하다 해직된 박춘배(당시 38·영어)·이주용(당시 37·일어) 두 교사를 돌려달라는 사연을 적은 학생들의 글이 복도 벽에 빼곡히 나붙어 있었다.
두 교사는 10년 만인 지난달 1일자로 학생들의 곁으로 돌아왔지만 달포 만에 다시 학생들의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 기구한 처지가 됐다. 교육부가 절차상 이유를 들어 두 교사의 임용을 취소하라고 인천시교육청에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용 교사는 학생들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이 교사는 “제가 겪는 상실감보다 아이들에게 혼란감을 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정도 들었다. 10년 만에 첫 출근을 한 지난달보다 지금이 더 설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두 교사는 93년과 94년 한 사립학교에 공개채용을 통해 임용된 평범한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학교 재단이 실업계에서 특목고로 바뀐 학교를 ‘명문고’로 육성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2003년 7월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장을 지낸 교육부 출신 인사를 새 교장으로 스카우트하면서 이들의 앞날도 꼬이기 시작했다. 새 교장은 벌점제도를 만들고 벌점이 어느 정도 모인 학생은 퇴학시켰다.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나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인체공학형 의자에, 못하는 아이들은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혔다. 전교조 가입 교사는 담임에서 배제했다. 교사의 양심에 따라 항의한 두 교사는 학생들 곁에서 쫓겨났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학교는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후 법원은 두 교사의 해직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2012년 7월까지 다른 사립학교로 옮기도록 한 ‘화해 권고’를 내렸다. 화해권고 시한이 지나면서 두 교사의 복직 문제는 인천 지역사회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인천시의회는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공립특채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야당 국회의원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계 실세 의원도 두 교사의 복직 촉구안에 서명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서명도 줄을 이어 지역사회에선 두 교사의 복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7월1일 취임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두 교사를 공립학교로 특별채용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균등한 임용의 기회를 보장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도록 한 교육공무원법 12조에 규정된 임용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두 교사를 특별채용할 합리적 사유가 없다”는 주장을 하며 임용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런 주장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교육부도 수십명의 해직교사 문제를 특별채용이란 형식을 통해 풀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인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도 2013년 상황이 비슷한 사립학교 해직교사 2명을 공립으로 특별채용한 사례도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인천 연수구가 지역구인 5선 국회의원이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의 맏형 격이다. 황 장관은 두 교사의 특채가 ‘해묵은 인천 교육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꿈결에서만 만나던 아이들을 이제야 아침마다 만날 수 있게 됐다”는 두 교사를 다시 거리의 교사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김영환 사회 2부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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