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 밥상’ 사업
폐지 주워 손주 돌보는 조손가정 등
취약층 아이들 183명에 식사 지원
폐지 주워 손주 돌보는 조손가정 등
취약층 아이들 183명에 식사 지원
지체장애 6급인 정아무개(71)씨는 12살, 10살, 6살짜리 손자·손녀 3명을 돌보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는 3년 전 이혼했고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월 60만원이 대부분이다. 가끔 폐지를 줍고 식당일도 하지만 몸이 불편해 그마저 꾸준히 할 수 없다. 시난고난 살아가는 그는 이번주 월요일부터 손자·손녀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걱정을 덜었다. 시에서 고기와 과일 등이 갖춰진 도시락을 제공하면서 오랜만에 얼굴이 활짝 펴졌다.
전북 전주시가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이달 20일부터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승수 전주시장이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4개월 동안 3차례 현장·심층 조사를 거쳐 1122명 중에서 모두 183명(120가구, 18살 이하 청소년)을 우선지원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부모가정이 128명으로 가장 많고, 장애인가정 31명, 저소득 취약가정 13명, 조손가정 9명 차례다. 사회 계층을 보면 기초생활수급자 94명, 차상위계층 57명, 일반 취약계층 32명 등이었다. 연령별로는 중학생 83명, 초등학생 68명, 미취학아동 21명, 고교생 11명이다.
시가 이들에게 희망하는 서비스를 조사해보니, 90명이 도시락을 원했고, 93명이 밑반찬을 바랐다. 밥상 사업은 이들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시행한다. 도시락을 택한 가정은 평일(월~금) 날마다 아침 7시30분 도시락을 직접 배달하고, 금요일에는 도시락과 함께 밑반찬을 전한다. 밑반찬을 원하는 가정은 월·수·금요일에 이를 전달한다.
도시락 단가는 4000원이다. 밥과 국, 3가지 이상 반찬에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과일, 치즈, 요플레, 요구르트 등을 곁들인다. 시는 연말까지 사업비 9940만원을 확보했다. 앞으로 ‘전주시 취약계층에 대한 급식지원 조례’를 제정해 대상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자 한옥마을 상인들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30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지원과 참여가 잇따라 후원금이 4000만원가량 모였다.
최은자 시 생활복지과장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밥을 굶거나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도시락 단가를 정할 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급업체도 이익을 최소화하기로 해 단가는 4000원이지만, 7000원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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