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침해” 안행부서 유권해석
도, 도의회에 조례안 재의 요구
도의회 “원안대로”…소송 가능성
도, 도의회에 조례안 재의 요구
도의회 “원안대로”…소송 가능성
전북도가 최근 도의회를 통과한 산하 출연기관장 사후 인사검증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청해 도와 의회 간 공방이 커지고 있다.
전북도는 23일 “안전행정부가 도 출연기관장을 상대로 한 도의회의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안)’가 단체장의 임명권 침해 등 일부 관련법에 위배된다는 유권해석을 해옴에 따라 도의회에 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조례안은 전북개발공사 등 전북도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 10곳의 기관장을 임명한 지 60일 안에 검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훈 도 기획관리실장은 “도의회의 인사검증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인천·대전 등의 사례처럼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협약을 맺어 인사 관련 사항을 논의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의회가 거부했다. 조례 제정은 상위법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안행부가 도에 보낸 공문에는“(도의회의 사후 인사검증) 조례안은 지방공기업법(58조)에서 정하지 않은 인사검증 절차 등을 조례로 신설해 단체장의 인사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법에 위배돼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지시한다”고 나온다. 도의회는 본회의가 열리면 10일 안에 조례안을 자체 폐기하거나, 원안 가결해 도에 다시 보내야 한다.
그러나 정실·보은 인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한 도의회가 자신들이 만든 조례를 스스로 철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김광수 도의회 의장은 “안행부의 재의 요구는 대단히 권위적이고 통제적이다. 우리는 원안을 가결해 도에 이송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결국 대법원 다툼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난감한 처지다. 안행부의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조례안을 공포할 수도 없고, 도의회에서 원안대로 다시 가결하면 또 다른 분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에서 재의결한 조례안을 도지사가 5일 안에 공포하지 않으면 도의회 의장이 공포할 수 있고, 도의회가 재의결한 사항이 법령을 위반했을 경우 도지사와 안행부 장관은 대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조례가 아니고 도와 의회 간 합의에 따라 도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전 인사청문을 실시한다. 경기도는 의회와 인사청문회 업무협약을 체결해 인사청문을 거친 뒤 임명하며, 대전시도 임명 전에 의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한다. 광주시의회는 지난해 시출연기관장의 사전검증 조례안을 만들었지만 정부가 월권행위라고 지적해 도입하지 못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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