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회 등록해야 판매가능
판로 찾기 어려운 영세 농민들
“수확 못하고 밭에서 폐기처분”
판로 찾기 어려운 영세 농민들
“수확 못하고 밭에서 폐기처분”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에서 농지 5천여㎡를 빌려 밭농사를 짓는 이하순(53)씨는 지난 25일 파·고추·무·배추 등 직접 기른 농작물을 1t 트럭에 싣고 포천시내 5일장을 찾았다. 하지만 시장 상인연합회가 등록된 상인만 팔 수 있다고 막는 바람에 짐도 풀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씨가 직접 5일장에 농산물을 팔러 나선 것은 농산물 경매시장에 나가봐야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산원가가 600원가량인 파 1단은 경매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야 600원이다. 보통 400~500원대 초반에 가격이 형성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 1단은 몇 단계 유통을 거쳐 소비자에게 1400원가량에 판매된다. 이씨는 “힘들게 농사지어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날마다 식당과 의정부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팔다가 5일장에 가봤다. 5일장은 누구나 팔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다. 상인연합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태(64) 신읍공설시장 상인연합회장은 “농민들이 간혹 농산물을 가지고 나오는데 아무나 와서 물건을 팔면 질서 유지가 안 되고 사고 위험도 커 등록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전국 5일장이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옷, 잡화류, 음식점 등 220개 점포가 들어선 이 시장은 시가 장소만 제공할 뿐 모든 관리·운영은 상인연합회가 도맡고 있다. 5일장은 지역에 따라 수백만~억대의 권리금을 상인끼리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나는 젊고 차가 있어 나은 편이다. 영세 농민 대부분은 경매 말고는 주변 사람에 파는 방법밖에 없어 수확도 못하고 밭에서 폐기처분하기 일쑤다. 농민들이 5일장을 이용해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팔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구 포천시 지역경제팀장은 “농민들의 요구가 많지만 5일장은 상인들이 자체 운영하므로 시가 개입하기 어렵다. 기존 신읍시장 외곽을 확장하거나 시내 중앙로를 특화거리로 꾸며 주말장터를 운영하는 등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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