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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명만 어정쩡하게 남아 노른자위 땅 차지…동두천 사람은 어떻게 사나”

등록 2014-11-05 21:54수정 2014-11-05 22:36

주한미군 잔류에 항의하는 경기도 동두천 시민들이 5일 오후 동두천시 보산동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며 미군기지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동두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주한미군 잔류에 항의하는 경기도 동두천 시민들이 5일 오후 동두천시 보산동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며 미군기지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동두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현장/ 동두천 시민 궐기대회
“정부는 미2사단을 예정대로 평택으로 전부 이전하라!”

5일 오후 3시, 경기도 동두천시의 중심지인 보산동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정문 앞 광장은 미군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어깨띠를 두르거나 손팻말을 든 시민 20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애초 2016년까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던 주한미군 2사단 210화력여단의 동두천 잔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열린 ‘미2사단 잔류 반대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가한 이들이다. 단풍이 곱기로 이름난 소요산 자락 아래 4~5m 높이의 콘크리트 담장과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삼엄한 미군기지 건너편 동두천역 인근에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영문 간판이 붙은 상점 수백개가 촘촘히 들어서 있었다.

1970~80년대에는 클럽만도 100개가 넘을 만큼 동두천시 경제를 좌우했던 보산동·중앙동 상권은 현재 250여 상가가 남아 명맥을 잇고 있지만 빈 상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보산동에서 18년째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전아무개(55)씨는 “대안이 없어 문은 열고 있지만 많은 상가들이 거의 폐업 수준이다. 잔류하려면 많이 남고, 가려면 약속대로 깨끗이 가야지 2천여명만 어정쩡하게 남아서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있으면 동두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라고 시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캠프 케이시 정문앞 광장
피켓 든 2천여명 시민 가득
“다음엔 청와대 상경투쟁”

동두천에서 8대째 살고 있다는 원주민 이명기(74)씨는 “국가안보를 위해 미군부대 잔류가 필요하다면 동두천에 용산이나 평택만큼의 지원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60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당해온 동두천 주민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산동에서 태어난 이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전쟁이 터진 뒤 마을이 미군기지에 편입돼 헐값에 집과 땅을 내주고 지금까지 실향민 아닌 실향민으로 살아왔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미2사단 정문에서 중앙로~송내동 시민공원까지 2㎞가량 시가행진을 벌였다. 동두천시청 청사에는 “날치기 미군 잔류! 동두천은 분노한다!”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고, 거리 곳곳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내건 펼침막 300여장으로 뒤덮였다. 미군재배치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청와대·국방부 정문 앞 상경투쟁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편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4일 동두천시를 찾아 미군기지 잔류와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무총리실 주도의 부처간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세창 동두천시장은 “도심에 있는 미군기지인 캠프 케이시는 반드시 반환돼야 하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시 발전계획상 꼭 필요하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미군 주둔 반대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미군기지 정문과 연결도로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두천시에는 1951년 이후 시 전체 면적의 42%에 해당하는 미군기지(40.63㎢) 6곳이 주둔해왔으며, 미군 공여지로 인해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을 만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동두천시는 미군기지가 이전하면 캠프 케이시(14.15㎢) 터에 기업과 대학, 주거시설, 평화공원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동두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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