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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베트남 며느리의 비극…시아버지 성폭행 이어 혼인 무효

등록 2014-11-17 15:56수정 2014-11-17 19:54

성폭행 재판 과정에서 13살 때 성폭행·출산 사실 알려져
남편이 소송 내 혼인마저 취소돼…한국 떠나야 할 처지
이주여성단체 “피해 여성에게 가혹한 판결” 탄원 운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전국이주여성단체는 17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전국이주여성단체는 17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한 베트남 이주여성(24)이 2년여 전에 한국에 왔다. 그는 13살 때인 2003년, 베트남 북서쪽 지방의 한 마을에서 납치돼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했다. 출산 이후 그를 범했던 남성은 결혼을 요구했다. 남성이 계속 괴롭혀 그는 집을 떠나야 했다. 2012년 4월, 한국 남성과 결혼해 그해 7월 한국에 왔다. 그러나 6개월 뒤인 지난해 1월, 남편의 의붓아버지 최아무개(59)씨는 그를 강간했다. 이주여성쉼터의 도움으로 시아버지는 2013년 5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그의 성폭력 경험은 또다른 고통이 됐다. 시아버지 범행으로 결혼 생활이 끝났지만, 남편 김아무개(39)씨는 오히려 지난해 8월 혼인무효 소송을 냈다. 지난 6월 전주지법은 남편이 그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소송에서 혼인 취소와 함께 위자료 8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핵심 내용은 그가 남편과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의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중매 과정에서 출산 사실을 통역에게 말했다. 하지만 통역은 남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그도 남편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 그의 출산 사실은 시아버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7월 항소했다.

전국 이주·여성단체가 17일 전주지법 앞에서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은 부당하므로 1심 판결을 취소하라”며 2심 재판부가 이를 엄중히 고려해주도록 요구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이주여성이 어려움에 처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 피해 여성처럼 한국과 본국에서 두번이나 끔직한 일을 당한 사례가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어린 시절의 성폭력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 여인에게 한국 사회가 성인이 돼서도 그 책임을 다시 묻고 있다”고 말했다. 위은진 변호사는 “혼인 때 결혼·출산 경력 등을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데도, 이를 기망해 사기에 의한 결혼으로 1심 재판부가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실혼이었고, 출산도 그 결과물이었으며, 중매업체한테 출산 사실도 고지했으므로 고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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