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항목 매달 점수 매겨 스트레스
4일부터 양주영업소 모여 집단시위
4일부터 양주영업소 모여 집단시위
민자 고속도로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톨게이트 징수원들이 과도하고 기준이 불명확한 근무평가 때문에 스트레스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집단 시위에 나섰다.
17일 서울고속도로 톨게이트 용역회사인 한덕엔지니어링과 이 회사 노조인 민주연합노조 서울고속도로 톨게이트 지부 등의 말을 들어보면, 이 회사는 통행료 징수원들을 상대로 22개의 근무평가 항목을 정하고, 근무자의 동영상을 몰래 촬영해 평가와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북부구간 6개 요금소에는 징수원 160여명이 일하고 있다.
‘서울고속도로 영업소·요금소 내부 모니터링 체크리스트’에는 고객맞이 35점(5항목), 업무처리 40점(8항목), 용모 복장 15점(3항목), 고객배웅 10점(4항목) 등 22개의 평가항목이 있다. ‘잔돈·영수증 두 손으로 수령·교부하기’부터 ‘화사해 보이는 메이크업’, ‘친절한 목소리’ 등까지 세부항목이 정해져 있다. 얼굴에 잡티가 보여서는 안 되고, 립스틱은 무조건 빨간색이어야 하며, 찰랑거리는 귀걸이와 손톱 매니큐어 금지 등 개인 취향과 관련된 세세한 부분까지 담았다.
징수원들은 회사가 이런 평가기준에 따라 점수가 낮은 직원을 급여가 40만원가량 적은 파트타임으로 강등하거나 화장실 청소, 근무시간 외 교육 등 벌칙을 줬다고 주장했다. 한 징수원은 “길어야 6~7초인 톨게이트 통과시간 안에 요금과 영수증을 주고받으며 20여개의 항목대로 고객을 대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며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 한 달에 한 번씩 점수가 나올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징수원들은 지난 5월 노동조합을 만들어 회사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는 “회사의 과도하고 주관적인 근무평가로 징수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원형탈모증, 허리디스크, 어깨결림, 성대결절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기도 양주영업소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김옥주 지부장은 “원청인 서울고속도로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용역회사가 무리한 근로조건으로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있지만 직원 대부분이 아줌마들이라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시키는 대로 해왔다”고 말했다.
한덕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업체가 비슷한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고객이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로 단계를 줄여 평가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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