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모전교
옛사진 전하는데도 원형 모른다?…언론보도땐 “검토”…완공 코앞 ‘발뺌’
서울시가 청계천 상류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첫다리, 모전교를 건설하면서 옛 형태를 알 수 있는 사진자료가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다리를 완공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모전교 건설비용 20억원을 신한은행으로부터 기증받으면서 “옛 형태가 전해지지 않아 조선건축양식에 근거하여 창덕궁 금천교의 양식을 도입해 아치교 형태로 건설했다”고 밝혔다.
모전교 옛모습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 11월 문화재 연구가인 이순우씨가 국립중앙도서관의 자료들을 뒤져 모전교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발굴해 언론에 공개했다(<한겨레> 2004년 11월17일치 1·10면). 이는 1937년 일본의 문화재 기술자 그시야마 노부조가 스즈카케출판부의 월간지 <사적과 미술>에 ‘서울의 돌다리’라는 글을 통해 소개한 청계천의 지류와 본류에 있던 17개 다리 사진 35점 중 하나다. 이 글엔 모전교 외에도 하랑교·효경교·마전교 등 미처 형태가 확인되지 않았던 다리들의 모습도 생생히 담고 있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기자들과 청계천 복원공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번에 공개된 옛 다리 사진들에 대해 전문가들로 하여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청계천완공일이 코앞에 다가오자 서울시는 다리의 옛 형태도 알 수 없었다며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사진이 발굴됐을 때는 이미 모전교 하부 기초공사가 완성된 상태였으며 사진에만 의지해 다리를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1기 부위원장을 지낸 노수홍 교수(연세대 환경학과)는 “2005년 10월1일 완공이라는 절대 목표를 완수해야 하는 상황에선 이미 확정된 설계안에 따라 공사를 마무리짓는 것만 해도 벅찼을 것”이라며 “중간에 발굴된 자료를 참고해 설계안을 바꾸는 것이 일정상 불가능겠지만 이처럼 시간에 쫓기느라 역사문화 복원이라는 대전제가 지켜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복원이 됐거나 계획중인 광교·수표교·오간수문교를 제외하고, 모전교처럼 옛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다리 터에는 자세한 안내판과 사진을 실어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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