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66)씨의 작품 <감할매>.
이영신 ‘감할매’ 김쌍순 ‘공감’
전북미술관 다양성 위해 매입
전북미술관 다양성 위해 매입
전북도립미술관이 장애를 앓는 아마추어 미술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장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유방암이 재발해 손이 불편한 이영신(66)씨의 작품 <감할매>, 다리와 손이 불편한 김쌍순(46·지체장애 1급)씨의 <공감> 등 2점을 올해 소장품에 포함시켰다. 치유와 소통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작품을 소장품 다양성을 위해 구입한 것이다. 이들의 작품은 비장애인이 못 보는 시각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성을 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그림이 뛰어나지 않은데도 미술관이 구입해줘 감사한 마음이다.
이씨의 작품 <감할매>는 초가집 지붕 위에서 할머니가 막대기로 감을 따는 모습이다. 이씨는 “2년 전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렸다. 암 투병 때문에 손에 힘이 없어 처음에는 서예를 하려고 했는데, 친구의 권유로 5~6년 전 그림을 시작하면서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작품 <공감>은 어두운 커튼 사이로 빼꼼히 밖을 내다보는 여성의 얼굴이 눈에 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장애인으로서, 여자로서, 사회적 약자로서 제약받는 부분을 표현했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을 공감하도록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장애인미술센터 ‘한마음 미술’에서 활동하고 있다. 옛 전북도청 건물에서 그림을 그리며 회원 30여명이 소통한다. 도립미술관은 이들의 작품을 100만원씩에 구입했다. 호당 중견작가 10만~20만원, 청년작가 5만~10만원대이므로, 이들 작품은 호당 3만원 선인 셈이다. 김현정 학예사는 “판매보다는 자신들의 작품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작품을 포함해 54점이 다음달 22일부터 전북도청 1층에서 전시된다.
장석원 관장은 “앞으로 계속 소장품 예산의 1%가량을 장애인을 비롯한 아르 브뤼(다듬지 않은 거친 형태의 미술) 작가들의 작품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김쌍순(46)씨의 작품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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