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에 문을 여는 학교가 있다. 바로 대전 중구 대사동 청운빌딩에 있는 한마음야학(cafe.daum.net/hanyahak)이다. 1일 현재 한글반, 초·중·고 검정고시 대비반 등 7개반에 100여명이 공부한다. 대학생, 직장인 등 40여명이 교사로 나서 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한 10~70대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친다.
1970~80년대 공단 주변에서 산업체 노동자들에게 주경야독의 기회를 제공하던 야학은 이제 배움의 시기를 놓친 어르신들과 10대들의 배움터로 탈바꿈했다. 어머니 뻘 학생들이 딸같은 선생님한테 영어를 배운다. 대학생 선생님은 동생같은 10대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
한마음야학은 1989년 7월10일 갈마동 시멘트하치장 천막교실에서 시작해 선화동 식당건물 3층, 후원자가 내준 대동 주택, 성모병원 옆 대흥동 시절을 거쳐 2009년 지금의 대사동에 자리 잡았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면서도 자원 교사들과 학생들이 희망의 등불을 꺼뜨린 적이 없다. 25년 동안 460여명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780여명의 학생을 가르쳤다. 2012년 혜천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최낙옥(63·)씨처럼 이곳에서 공부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까지 나온 이들도 적지 많다. 넉넉지 않지만 교사들과 학생들은 해마다 2번 치르는 검정고시 때마다 합격의 기쁨을 함께하며 야학을 꾸려왔다.
한마음야학이 개교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입주해 있는 건물이 팔려 이사해야 하는데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으로 이사하자니 지금보다 배이상 오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고, 임대료가 싼 곳은 변두리여서 나이 많은 학생들이 통학하기 어렵다.
이강혁(42·회사원) 한마음 야학 교감은 “대전의 야학은 현재 3곳인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야학은 사실상 한마음야학 밖에 남지 않았다. 염치없지만 새 교실을 마련해 늦깎이 학생들이 배움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시민들이 한마음야학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042)222-4655.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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