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여론…이화백도 원치 않아”
설계비 등 예산 26억 날렸단 비난
설계비 등 예산 26억 날렸단 비난
‘이우환 미술관’ 건립이 무산됐다.
정태옥 대구시 부시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여어 “이우환 미술관 건립 사업을 공식적으로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정 부시장은 “대구지역의 부정적 여론이 너무 강해 감당하기가 버거웠고, 대구 지역사회와 예술계가 양분되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이우환 화백 본인이 미술관 건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2009년부터 대구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 안 2만5000여㎡에 이우환과 그의 친구들 10여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김범일 당시 대구시장이 “대구시가 국제적 도시로 성장하려면 세계적 미술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건축비 297억원과 작품 구입비 100억원이 들 것으로 비용을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 9월11일 대구시를 방문한 이우환(78) 화백이 “작품 구입비를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억원이 넘어선다”고 밝히자, 대구시는 미술관 건립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화백도 “대구에서 시청과 언론들에 난도질당했다.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대구참여연대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미술관 건립 백지화를 거듭 촉구했다.
대구시는 이미 두류공원 안 미술관 건립 예정 터 2023㎡를 8억9000여만원에 사들였다. 이 화백의 친구인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73)에게 미술관 설계를 맡겨 설계비 18억원도 지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예산 26억9000여만원을 날렸다는 비난을 받게 되자 대구시는 “두류공원 터는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 미술계 일부에서는 “권영진 시장이 전임자인 김범일 전 시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 100억원으로 계획했던 작품 구입비가 30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미술관 건립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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