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씨와 황선씨의 북한 관련 토크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을 던진 고교 3학년 오아무개(18)군이 범행 전날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범행을 예고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오군이 범행 하루 전인 지난 9일 오후 1시12분부터 ‘네오아니메’라는 애니메이션 사이트에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봉길센세(윤봉길 의사)의 마음으로’, ‘감쪽같지 않노?’라는 글을 세 차례 올렸다. 여기에는 “집근처에 신은미의 종북콘서트 열린다. 찬합통에 폭약을 담았다. 내일이 기대된다”라는 범행 암시 내용이 들어있다.
오군은 경찰에서 “평소 북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던 중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연막을 피워 행사를 방해하고 싶었다. 범행은 미리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오군은 익산의 한 공업고 화공과 학생으로 위험물기능사 필기시험에 지난 10월 합격했으며, 폭발물 제조기술을 이용해 폭발물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을 위해 가방에 냄비와 도시락으로 꾸민 폭발물, 위협용으로 1리터들이 황산병 등을 담았다. 투척한 물질은 질산칼륨, 설탕, 물엿, 황 등을 섞어 만든 속칭 ‘로켓 캔디’(일종의 고체연료)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7월 인터넷에서 화학약품을 구입했고, 지난해 여름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 가입해 준회원으로 활동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오군은 범행 전에 행사장에서 술(고량주)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오군의 담임 김아무개 교사는 “오군이 조금 독특하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유머스럽다. 공부는 반에서 10등 안팎으로 중상에 해당한다. 지난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합성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인해 친구들과 논쟁이 있었고, 4월께에는 스마트폰에서 잔인한 사진 등을 삭제하게 한 뒤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상봉 익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오군은 익산에서 토크콘서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텔레비전에서 파악하고 평소 불꽃놀이용으로 가지고 있던 화약으로 미리 집에서 제조했다. 공범여부를 수사 중이나 단독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오군의 구속영장을 곧 신청할 예정이다. 형법의 폭발성물건파열치상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오군은 지난 10일 밤 8시20분께 익산시 신동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씨의 토크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이 든 냄비를 번개탄과 함께 불을 붙여 터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화상을 입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전북본부 등 전북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전 익산 신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토크콘서트 중에 발생한 폭발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분단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기획한 통일 토크콘서트가 폭발사건으로 중단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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