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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암 투병’ 70대 노인, 어려운 이웃에게 40만원 남기고 떠나

등록 2014-12-14 16:20수정 2014-12-14 16:32

병원 치료 거부하며 모은 돈…“고맙고 미안하다”
보살펴준 봉사자에겐 쌍가락지…봉사자는 재기부
‘암 투병’을 하던 70대 노인이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40만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광주 서구는 지난 12일 광주보람장례식장에서 무연고자 최아무개(75)씨의 공영장례를 치렀다. 공영장례는 동네에서 함께 생활하던 분의 뒷모습을 배웅하는 마을 장례사업이다. 광주 서구는 지난 7월부터 공영장례를 하고 있으며, 최씨가 6번째이다.

최씨는 ‘장수 노트’를 통해 “어려운 이웃 분들을 위해 드리고 싶다”며 40만원을 남겼고, 자신의 장례를 금호1동장에게 부탁했다. 장수노트는 광주 서구에서 홀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는 홀몸 노인이 생전에 장례 계획 등을 직접 작성하도록 한 일종의 ‘임종 기록부’다. 홀몸 노인이 장수노트에 공영장례를 원하는 뜻을 남기면 서구에서 장례를 치러준다.

최씨가 남긴 40만원은 병원 치료를 거부하면서 모은 돈이었고, 최씨는 자신을 보살펴준 봉사자 이순자(56)씨에게 쌍가락지를 남겼다. 최씨는 지난해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병원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봉사자 이씨는 주말도 쉬지 않고 최씨 집을 방문해 밥을 제대로 못먹는 그에게 죽을 쑤어주는 등 정성껏 보살폈다.

최씨는 20년 넘게 자신이 살던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안에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가 남긴 마지막 말은 “고맙고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허약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혈변을 한 자신의 방을 정리하고 매일 찾아와 안부를 묻고 도와줬던 이씨의 손길에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병원 치료를 거부하던 최씨가 발병 1년여 만인 지난달 25일, 병원에 입원할 당시 최씨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간과 담낭 등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봉사자 이씨는 “가신 분의 마음이 더 넓은 곳으로 흘러가길 바란다”며 그가 남긴 쌍가락지를 금호1동 동복지협의체에 기부했다. 장례에 함께한 이호준 금호1동장은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나를 지켜봐주고 있다는 믿음이 마지막 걸음을 앞둔 최씨의 마음을 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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