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부지에서 (재)한강문화재연구원 등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 5곳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한 고인돌(지석묘) 101기 등 총 1천400여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 2014.7.29 / 연합뉴스
150여개 역사·시민단체들
개발저지 운동본부 발대식
개발저지 운동본부 발대식
강원도와 춘천시가 의암호 중도에 조성중인 레고랜드(사진)에 대해 역사학자와 시민단체 등이 고조선 유적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발대식에서 중도 고조선 유적지 개발을 저지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범국민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중도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국학원과 한민족사연구회, ㈔대한사랑 등 150여개 역사 연구 모임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했다.
중도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7월 고조선의 역사적 실재성을 입증해줄 유적·유물이 춘천 중도 레고랜드 개발 현장에서 대규모로 발굴됐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하면서 한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조선 유적지가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중도 개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개발승인 취소 요구, 검찰 고발 등의 후속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3월 완공 예정인 레고랜드는 춘천 의암호 중도 129만1434㎡의 터에 5011억원이 투자되는 놀이공원이다. 세계에서 7번째, 동아시아 첫 레고랜드이며, 영국 레고랜드(60만㎡)의 배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공사 현장인 중도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발굴되면서 역사학계와 레고랜드 쪽의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레고랜드 쪽은 문화재청에 문화재 발굴 허가를 신청했고, 문화재청은 지난 9월 발굴된 문화재를 박물관을 조성해 이전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고고학)는 “문화재청은 공청회 한번도 열지 않고 역사학계나 시민들에게 비공개로 레고랜드 개발을 신속히 허가했다. 한반도 최고의 고조선 유적지에 영국의 플라스틱 조립 놀이공원을 만드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창환 중도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은 “평양 다음으로 민족의 기원과 관련된 유적이 많이 발굴 조사된 춘천을 ‘고조선 역사문화특구’로 지정해 국민의 역사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만기 강원도청 레고랜드추진단장은 “문화재청이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이미 문화재 보존 방식을 결정했고 그 결정에 따라 적법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사진 중도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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