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동안 죽어라고 물에서 일했는데, 죽어서까지도 물속에 있는 거야. 불쌍해서 어떡해.”
26일 오전 10시30분께 부산 서구 암남동 감천항 2부두.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명태 조업을 하다가 침몰한 ‘501오룡호’에 탔던 외국인 생존 선원 6명과 주검 21구를 실은 러시아 물고기 운반선 ‘오딘호’(5000t급)가 감천항 21번 선석으로 들어오자, 부두에 있던 한국 선원 가족들 15여명이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고장운 실종자 유가족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룡호에 타고 있던 11명의 한국인 선원 가운데 5명이 아직 바다에 있다. 수색에 참여한 배들이 31일 철수한다고 들었다.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협조를 얻어 조금이라도 더 사고 해역을 수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애원했다. 앞서 ‘501오룡호’ 선사인 사조산업은 “오는 31일 0시 러시아 해역 입어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실종 선원을 수색하고 있는 선박이 31일 모두 철수한다”고 밝혔다.
출입국·검역·세관의 통관 절차를 마친 6명의 외국인 생존 선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부두에 내렸다. 한국인 선원 가족 가운데 한 명이 “실종된 우리 애 아빠를 아느냐.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말 좀 해달라”고 외국인 선원에게 다급히 물었다. 외국인 선원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미리 준비된 차량을 타고 부산 영도구의 영도병원으로 떠났다.
이날 감천항에 도착한 외국인 생존 선원들은 인도네시아인 3명, 필리핀인 3명이다. 이들은 영도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27~28일 이틀 동안 참고인 신분으로 부산해양경비안전서에서 침몰 당시 상황 등을 조사받는다.
이현철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전담반 팀장은 “퇴선 당시의 상황과 퇴선이 늦어진 이유 등 한국인 선원 가족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수사할 예정이다. 오룡호의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해양안전서는 외국인 선원 진술을 토대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한 뒤 30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생존 외국인 선원과 함께 이송된 21구의 외국인 선원 주검은 부산 부산진구의 시민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부산해양안전서는 주검을 검시하고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각국의 대사관으로 인계할 예정이다.
부산해양안전서 관계자는 “해양안전서와 부산해양안전심판원 등 직원 3명이 지난 24일 러시아의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로 출국했다. 이들은 오룡호에 타고 있다가 침몰 사고 뒤 구조된 러시아 감독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01오룡호 침몰 사고로 전체 승선 인원 60명 가운데 7명이 구조됐고, 한국인 6명 등 27명이 숨졌다. 실종자는 26명이다. 한국인 선원 6명의 주검은 현재 사고 해역을 수색중인 ‘96오양호’에 안치돼 있으며, 다음달 10일께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