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맞아 일제 잔재 청산
무궁화 등 고유수종으로 교체키로
무궁화 등 고유수종으로 교체키로
경북 안동시의 국가보훈처 안동보훈지청 정문엔 일본 향나무로 알려진 가이즈카향나무 두그루가 우뚝 서 있다. 독립유공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지원하는 보훈청 들머리에 있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예전부터 받았으나, 안동보훈지청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나무”라며 방치했다. 하지만 이 나무들은 올해 안에 뽑히고, 그 자리엔 무궁화 등 우리나라 고유 나무가 심어지게 됐다.
경북도는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보훈시설을 시작으로 도내 모든 관공서의 가이즈카향나무 등 일본 나무를 우리 고유 수종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20일 “국가보훈처 안동보훈지청 등 경북지역 현충시설 108곳을 조사한 결과 의성군 항일독립운동기념탑, 청송군 항일의병기념공원 등 19곳에 가이즈카향나무 208그루가 심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경북도는 “생활 속에 젖어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독립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오는 5월까지 현충시설의 가이즈카향나무를 모두 뽑아내 팔기로 했다. 가이즈카향나무를 뽑아낸 자리엔 무궁화 등 우리 고유 수종으로 바꿔 심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경북도는 경북도청, 안동시청 등 현충시설 외 관공서에도 가이즈카향나무 3000여그루가 심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금송, 노무라단풍, 일본목련 등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 14종 7100여그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장기적 계획을 세워 이 나무들도 우리 고유 수종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경북도의회는 구미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현충시설, 관공서, 학교, 공공장소의 일본 향나무 교체에 관한 청원’을 받아 경북도에 현황을 조사하도록 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일제강점기 일제는 문화침략 도구로 가이즈카향나무 등 일본 나무를 우리나라 관공서와 학교에 집중적으로 심었다. 하지만 해방 이후에는 우리 스스로 아파트, 공원 등에 조경수로 일본 나무를 심기도 했다. 광복 70주년을 맞고도 청산되지 않는 생활 속 일제 잔재가 너무 부끄러워 청원을 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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