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아파트 경비원 100장 발견
‘소품용’ 지우고 담배 수차례 구입
편의점주 신고로 잡혀…위폐 압수
‘소품용’ 지우고 담배 수차례 구입
편의점주 신고로 잡혀…위폐 압수
아파트 경비원 신아무개(62)씨는 지난달 말 부산 동래구 아파트 앞길을 청소하다 검정 비닐봉투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5만원짜리 지폐 100여장이 들어 있었다. 진짜 돈과 모양·색깔·질감 등이 모두 같았으나, 뒷면 오른쪽 위에 지폐 일련번호 대신 ‘영화소품용’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신씨는 경비실 책상 서랍에 가짜 5만원권 지폐 뭉치를 넣어뒀다.
신씨는 지난 7일 밤 11시50분께 경비실 근처 편의점에서 가짜 5만원권 지폐 한 장을 내고 담배 네 갑을 구입했다. 그는 검정 볼펜으로 ‘영화소품용’ 글자에 덧칠한 뒤, 지폐를 접어서 편의점 주인에게 건넸다. 가게 주인은 아무런 의심 없이 담배와 거스름돈을 내줬다.
자신감이 생긴 신씨는 1000원권 지폐의 일련번호를 칼로 잘라내 ‘영화소품용’ 글자 위에 붙인 뒤, 18일 저녁 6시께 아파트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 네 갑을 사며 가짜 5만원권 지폐를 줬고, 10분 뒤 또다른 편의점에서 담배 세 갑을 사며 역시 가짜 지폐를 줬다.
편의점 주인 유아무개(45)씨는 신씨에게서 받은 지폐를 펴서 계산대에 넣다가 가짜 지폐라는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21일 통화 위조 등 혐의로 신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신씨가 보관하던 가짜 5만원권 지폐 94장을 압수했다.
영화소품용 가짜 지폐는 한국은행이 영화제작사의 요청을 받아 인쇄한다. 영화사는 영화 촬영을 마치면 가짜 지폐를 한국은행에 반납해야 한다. 시중 유통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는 영화제작사와 담당자 연락처 등을 영화소품용 지폐에 적고 있다. 따라서 신씨가 발견해 사용한 가짜 지폐는 2013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동래경찰서 형사과 담당자는 “신씨가 발견한 가짜 지폐의 출처를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부산지역 영화제작사에선 영화소품용 지폐가 유출되거나 분실된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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