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전북 익산시 남중동 익산시청 정문 건너편에 문을 연 ‘시청앞 커피’의 김연희 대표.
‘익산시청앞커피’ 김연희 대표
1급 청각장애인과 같이 일하며
매달 마지막 금요일 매출 전액 기부
1급 청각장애인과 같이 일하며
매달 마지막 금요일 매출 전액 기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커피를 마시는 편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사는 가치를 실현하는 커피 가게가 있다. 지난해 4월 전북 익산시 남중동 익산시청 정문 건너편에 문을 연 ‘시청앞 커피’다. 이곳 김연희(45) 대표는 “일반 커피점에서 청각장애인이 수화로 편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고 낯설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을 목표로 해요”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김 대표와 1급 청각장애인 한명이 일한다. 메뉴판에는 ‘청각장애인은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습니다. 주문하실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메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 대표는 “청각장애인은 손재주와 감각이 뛰어나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내요.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시청앞 커피’라고 지은 것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시청앞 사진관’이라는 상호를 발견하고서 거기에 착안했다. 상호에는 가게가 시청 앞에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보고(示) 들을(聽)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곳에는 ‘보아야 듣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키 큰 기린처럼 멀리 보고, 귀 큰 토끼처럼 많이 듣고, 입 큰 하마처럼 크게 말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수익 중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을 ‘기부의 날’로 정해 그날 매출 전액(30만~50만원)을 기부한다. 최근에는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도 돕고 있다.
올해는 예비 사회적 기업 등록에도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경험을 쌓은 장애인들이 커피점 2호점과 3호점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바리스타에 관심 많은 장애학생들이 꿈을 가꿔 가도록 돕고 싶습니다.”
익산/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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