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좋은 시설 보내주고 장기는 기증해주세요”
‘내가 죽으면 언니는 좋은 시설로 보내주세요. 장기는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정산해 기부해 주세요.’
류아무개(여·29)씨의 휴대전화는 패턴으로 잠겨 있었다. 경찰이 패턴 잠금을 해제하고 휴대전화를 열자 메모장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류씨는 24일 오전 10시께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낡은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류씨는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원룸에서 지적장애 1급인 언니와 단둘이 살았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6만원인 작은 방이었다. 두 달치 월세가 밀려있었다. 류씨는 안정적인 직장 없이 이런저런 일을 하며 혼자 언니를 돌봤다. 어릴 적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겼다.
류씨는 부산에서 살다가 2012년 언니와 함께 대구로 올라왔다. 언니를 시설에 맡겼지만, 언니는 시설에 있기 싫어했다. 류씨는 2주 전쯤 언니를 데리고 나와 집에서 함께 살았다. 언니는 경찰 조사에서 “동생이 여러 번 나와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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