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지방경찰청 제공
남원 금지파출소, 넉달간 현장파악
번호 붙이고 전단지 배포·페인트칠
번호 붙이고 전단지 배포·페인트칠
대규모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농촌에서 현재 위치를 곧바로 알 수 있는 ‘농로길 실명제’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전북 남원시 금지면은 전체면적 33.45㎢ 가운데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이 절반 이상(약 18㎢)이다. 딸기, 멜론, 포도, 감자, 상추, 고추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2000동이 넘는다. 비닐하우스가 많은 곳에서는 범죄나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주민들이 신고하기가 어렵다. 사방이 비슷한 비닐하우스라 정확한 위치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조대도 현장을 찾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원경찰서 금지파출소가 4개월 동안 공을 들여 새로운 방안을 찾았다. 현장 순찰활동을 통해 세부적으로 길을 파악한 뒤 농로길 실명제를 도입한 것이다.
모두 28길에 자체 번호를 매겼다. 북쪽 중앙농로(1~20길)와 남쪽 하도농로(1~8길)가 동서방향으로 나 있고, 길마다 700~2000m 길이다. 남북 방향으로는 옛 국도 17호선이 축을 이룬다. 농로가 100% 경지정리 돼 있어 실명제가 가능했다. 제작한 전단지 300장을 비닐하우스촌 전봇대 곳곳에 붙였고, 농로길 노면에도 페인트칠을 했다.
예산이 없이 경찰관들이 비번시간을 활용해 직접 전단지를 만들고 페인트칠을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금지파출소장 이정신 경감은 “지난해 7월 부임해 주민과 대화를 하는데, 한 주민이 ‘신고를 해도 경찰이 현장을 바로 못 찾아서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실명제를 착안했다. 농산물 절도 예방 등 방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지면은 지난해 말 기준 1260가구, 2627명이 살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전북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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